헤럴드 경제는 전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씨(50)가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2007년 초 한상률(56) 당시 국세청 차장 부부와 시내 모처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는 인터뷰 내용을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씨는 12일 오전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남편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 차장의 부인이 내게 “좋은 그림이니 잘 간직해달라”며 ‘A모 지방국세청장을 좀 밀어내달라’는 인사청탁과 함께 그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나는 그림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는데 다 크기가 작아 그렇게 고가 작품인줄 몰랐다. ‘아이들 방에 걸면 좋겠다’는 생각에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이어 “그날 모임에 한 차장 부부가 이미 모종의 ‘A지방국세청장 사퇴압박 시나리오’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갖고 왔더라. 그 내용은 A지방국세청장의 부인이 종교재단에 일년에 큰 돈을 기부하는데 어떻게 공직자 신분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는지 캐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TK 출신의 A지방국세청장은 요직을 두루 거쳤던 한 처장과 당시 경쟁관계에 놓였던 사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 前 청장 내외는 “그런 것으로 사람을 자를 순 없지 않느냐. 그 같은 방안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십일조를 하고 그러는 이들이 꽤 많은데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밀어낼 순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문제의 이 그림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평창동 가인갤러리의 홍가인 대표에게 작년 10월 처분해달라고 맡겼다. 현재 가인갤러리 측은 이 그림을 팔기 위해 구매자를 찾고 있는 상태다.
홍가인 대표는 “이씨는 그림을 사모으는 컬렉터는 아니었다. 다른 그림은 이렇다하게 갖고 있는 게 없는 걸로 안다. 그림 시세도 전혀 모르는 데다, 최욱경(1940~1985) 화백이 어떤 작가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이씨에게 5000만원에 팔아보겠다고 말했지만 미술시장 침체로 2000만~3000만원대에도 구매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그림과 관련해 “전 前 청장이 인사청탁과 관련돼 받은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힌바 있다. 전 前 청장은 정상곤 2006년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인사청탁 명목으로 현금 7000여만원과 미화 1만달러를 상납받은 혐의로 작년 12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한편 현재 일본 출장 중인 한상률 국세청장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완벽한 모함이다. 인사청탁을 하며 그림을 전달한 적이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욱경 화백은 1980년대 두각을 나타낸 추상화가로, 요절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대표작의 경우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도 소장돼 있다. 최 화백의 그림은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작품에 따라 점당 1500만~36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거래가 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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