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보국 개입설도… 양국 긴장
국내파 이슬람 테러단체 범행 가능성도
인도 뭄바이를 가격한 동시다발 테러는 기존 테러와는 규모와 양태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이전엔 특정 지역 한두 곳에서 인도 현지인을 겨냥한 폭발물 테러가 일반적이었으나, 이번엔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테러집단이 현장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여러 곳을 동시다발로 타격했다. 당초 테러 배후라고 주장했던 ‘데칸 무자헤딘’은 실체 불명의 단체로 확인됐다. 테러 방식은 9·11 테러 주범인 알 카에다 방식과 흡사하지만, 현재까지 알 카에다의 연루 증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도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뭄바이 테러 배후는 카슈미르 분리독립투쟁 단체와 인도 내 이슬람 종교투쟁 단체 등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카슈미르 분리독립파 소행?=용의선상에 오른 대표적 단체는 인도·파키스탄 영토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인도군과 투쟁하는 ‘라슈카르 에 토이바’(LeT)다. PTI통신은 이날 인도 보안당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3명의 테러범을 체포했으며, 이들이 LeT 대원이라는 자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상선을 타고 26일 저녁(현지시간) 인도 해상 10마일 밖까지 접근해 소형 쾌속정으로 갈아탄 뒤 뭄바이항으로 들어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LeT는 2006년 6월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뭄바이 열차 폭탄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조직으로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으며, 파키스탄 정부의 비공식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LeT 대변인은 “뭄바이 테러와 무관하다”는 성명을 냈으나, 만모한 싱 인도총리는 “인도 밖에 기지를 두고 있는 세력이 인도의 금융·경제 수도에서 혼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테러를 자행했다”면서 우회적으로 파키스탄 연루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 정보국(ISI)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파키스탄 ISI 책임자는 28일 인도 정부의 수사 협조 요청에 따라 조만간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즉각 수사 협조 요청에 응한 것은 뭄바이 테러와 파키스탄 세력의 연루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배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양국 정부 간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파 이슬람 테러단체 소행?=인도 정보당국자는 “‘데칸 무자헤딘’은 최근 뉴델리 등지에서 테러를 일으킨 인도 내 이슬람 테러단체의 분파로 파악된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크리스틴 페어도 “인도 인구의 80%를 점유하는 힌두교와 13%에 불과한 이슬람 세력의 오랜 갈등이 이번 테러의 원인”이라며 “‘인도판 9·11’은 아니다”고 말했다. ‘힌두 대 무슬림’의 오랜 종교갈등이 뭄바이 테러로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경제성장 과정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슬람 집단이 소외되면서 인도 엘리트층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된 것도 이들의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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