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총재 "골든 글러브 행사후 사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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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 KBO 총재가 21일 ‘장원삼 트레이드’ 불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상우 KBO 총재는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히어로즈가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및 현금트레이드 사전 승인’이라는 창단 당시 약속을 위배한 건 분명하다”며 “삼성 라이온즈와 히어로즈의 계약은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히어로즈가 에이스 장원삼을 내주고 삼성에게서 현금 30억원과 투수 박성훈을 받기로 한 지난 14일의 트레이드는 결국 일주일 만에 불발됐다. 히어로즈는 삼성에 30억원을 되돌려줘야 하며, 트레이드 다음날부터 옷을 바꿔 입고 훈련 중인 장원삼과 박성훈은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날 오전 9시 정각 기자회견장에 나온 신 총재는 최종 결정이 지연된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그는 “KBO 사무총장과 본부장이 아시아시리즈 참석차 일본 출장 중이어서 트레이드가 단행된 다음날에야 보고를 받아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사장단의 요청이 있어 결정이 늦춰졌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는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이 ‘한화를 제외한 전 구단에서 현금 트레이드를 요청해 트레이드가 가능한 줄 알았다. 어려운 경제 사정도 있었다’고 말했지만, 당사자들을 제외한 6개 구단은 ‘트레이드 승인을 보류해야 하며, 만약 승인할 경우 총재 직권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며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이었다고 신 총재는 설명했다.
삼성이 ‘KBO가 미리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이) ‘트레이드를 해도 되겠냐’고 물을 당시 돈 얘기는 없었다”며 “돈으로 트레이드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실무자들도 단호하게 반대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KBO 실무진들은 선수를 팔아서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건의했지만, 8개 구단을 최대한 원만하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시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고심 끝에 히어로즈는 창단 정신을 위배했으므로 현금트레이드를 승인할 수 없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과 히어로즈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각 언론사에 “KBO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고, 나머지 6개 구단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LG 이영환 단장은 “늦었지만 신상우 총재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사필귀정이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로구단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장원삼은 “이번 일을 계기로 프로야구가 비즈니스라는 걸 깨달았다. 힘들지만 강한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면서 “일주일 동안 삼성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줬는데 아쉽다. 트레이드가 승인될 확률을 반반 정도로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신 총재는 또 “무능한 총재로 지탄받고 있지만 미련은 없다”며 다음 달 11일 골든글러브 행사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분명히 사퇴한다. 날짜를 정해 고별회견을 하겠다”며 “올림픽이 끝난 직후 사퇴할까도 생각했지만 올해 프로야구 마지막 행사인 골든글러브까지는 총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2006년 1월 취임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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