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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야외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
하지만 가을철 도서 판매량은 연간 평균을 잠식하는 그야말로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국민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열 명 중 네 명(41.1%)이 넘는다. 국민 1인당 한 해 독서량은 평균 10.5권으로 만화책 등을 뺀 일반도서만으로는 두 달에 한 권도 안 되는 5.3권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서의 계절 가을에 오히려 책을 더 안읽는 셈이다.
◆가을철은 ‘독서 비수기’
서울시내 한 대형서점의 지난해 ‘월 평균 도서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을철(9∼11월) 평균 판매비율은 -7.17%에 그쳤다. 이 서점 관계자는 “통상 속설과 다르게 출판계에서는 여름방학이 끝나는 가을철을 대표적인 비수기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서점의 지난해 월 평균 판매비율을 살펴보면 여름방학 기간 중인 7월 +15.1%, 8월 +9.23%를 기록했지만 9월 -3.66%, 10월 -5.45%였던 도서 판매량이 11월에는 -12.76%로 급감했다.
“출판계는 계절적인 요인이 심하게 작용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은 다른 계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이 서점의 지난해 1월 도서 판매량은 +7.42%로 순조롭게 출발하다 2월 -5.92%로 하락한 뒤 개학을 맞은 3월 +24.68%로 급등했다. 이후 4월 -12.13%, 5월 -14.70%, 6월 -16.86%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7월 플러스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의 강호 ‘소설’ vs. 신흥 강호 ‘경제/경영’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기 위한 독서로 가장 부담없는 책은 소설일 것이다. 특히 선선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읽은 소설은 사람들로 하여금 ‘독서삼매경’에 빠뜨리기 충분하다. 국내 한 대형서점이 집계한 최근 5년간(2003∼2007년) 가을철(9∼11월) 베스트셀러 20선에서도 소설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테크와 자기 계발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경영 관련 서적의 신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소설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이 서점의 최근 5년간 가을철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2003년 ‘나무’(베르나르 베르베르),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조앤 K. 롤링), 2004년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를 앞세운 소설이 각각 점유율 43.3%, 38.3%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소설은 2005년과 2006년 모두 점유율 28.3%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36.7%로 경제/경영과 더불어 1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소설이 주춤한 사이 경제/경영 관련 서적의 증가세를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3년 점유율 28.4%, 2004년 21.7%, 2005년 13.4%로 하락했던 경영/경제 관련 서적은 2006년 ‘부의 미래’(앨빈 토플러)를 앞세워 소설을 제치고 33.3%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제/경영 관련 서적은 지난해에도 ‘시크릿’(론다 번)의 흥행 속에 소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흥미로운 점은 2005년의 경우에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등이 강세를 보인 비소설 분야가 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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