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이 지방자치단체와 재개발사업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사흘 간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압수수색 직후 또는 조사 직후 일어났고, 강압 수사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팀 일부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자체 감찰에 들어갔다.

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에 참여하며 시청 5급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던 간판 업체 대표 A(40대)씨가 지난 7일 오후 6시쯤 완주군 봉동읍 사업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3일 경찰의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를 받았는데, 그의 지인은 “그가 숨지기 하루 전 전화를 걸어와 경찰이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A씨는 부모를 회사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지급한 사실을 두고 수사관들이 ‘허위 등록’과 ‘탈세’ 의혹을 제기해 강한 압박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피의자가 받은 혐의와 무관한 별건 수사와 협박성 발언이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강압수사 정황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관련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다”며 “당시 조사실에는 수사관 2명과 피의자 1명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압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문조서 확인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지 않다"며 “조사를 담당했던 수사관들을 상대로 관련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은 A씨의 사망과 이후 지인의 진술을 토대로 한 언론사의 강압수사 의혹까지 제기되자 해당 수사팀 팀장과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감찰을 통해 강압수사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 4일 오전 10시23분쯤에는 전주 한 주택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수사받던 B(60대)씨가 대전 자택에서 경찰 압수수색 도중 투신해 숨졌다.
B씨는 법원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 수사관 3명이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함께 있던 수사관이 압수물을 확인하기 위해 옆방으로 잠시 자리를 뜨자 투신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전 그에 대한 소환조사는 없었으며, 당시 현장에 변호인은 있지 않았다. 경찰은 “절차가 적법했고 강압수사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수사상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피의자 인권보호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전 수사부서에 지시했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잇딴 이번 비리 수사가 단순 뇌물수수 혐의에 그치지 않고, 다수 업체와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2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강압수사 여부와 경찰의 인권보호 의무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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