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한화는 두산을 2-1로 꺾으며 10연승을 달성했다. 1985년 삼성 이후 최초로 단일 시즌에 두 차례 10연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선두 한화와 2위 LG의 승차는 5.5경기. 결코 적지 않은 격차였다.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기정사실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불과 보름 정도 지난 현재, 한화는 5.5경기의 승차는 다 까먹고 LG에게 선두를 내준 신세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홈 경기에서 9회초를 4-2로 앞선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9회초에만 석점을 내주며 4-5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주중 3연전 시작하기 전에 LG와 승차는 없이, 승률에서 앞선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던 한화는 KT와의 주중 3연전을 루징 시리즈(1승2패)로 끝마쳤다. 반면 LG는 두산과의 주중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이제 LG가 63승2무41패, 승률 0.606으로 선두, 한화는 60승3무40패로 1경기 차 뒤진 2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승차 1경기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차이지만, 어쩐지 불안하다. KT와의 주중 3연전에서 한화의 불안요소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한화의 예상을 깬 고공비행을 이끌었던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불펜진이 3연전 내내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가장 흔들린 게 불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마무리 김서현이라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3연전 시작부터 그랬다. 선발 문동주가 7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2-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8회 올라온 셋업맨 한승혁이 1사 후 황재균에게 솔로포를 맞은 뒤 볼넷과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동점 위기에서 한화 벤치의 선택은 마무리 김서현이었다. LG와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졌으니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인 마무리 김서현에게 5아웃 세이브를 맡겼다. 그러나 김서현은 이정훈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뒤 허경민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워낙 위기 상황에서 올라왔으니 블론세이브까진 감안할 수 있는 투구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투구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안현민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에 몰린 김서현은 강백호에게 몬스터월을 직격하는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2-5. 그대로 경기는 끝이었다.

6일 경기는 5-4로 승리하긴 했지만, 또 다시 불펜진의 불안을 노출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흔들린 건 김서현이었다. 한화는 5-1로 앞선 8회 2사 1,2루 상황에서 또 한 번 김서현을 호출했다. 세이브 상황도 아닌데다 전날 결승타를 맞은 김서현에게 득점권 상황을 맡겼다. 김서현은 등판 직후엔 장진혁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막아냈지만, 9회부터 흔들렸다. 권동진, 허경민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에 몰린 김서현은 안현민에게 적시타, 강백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5-4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한화 벤치는 부랴부랴 한승혁을 올렸고, 1사 1,3루 상황에서 3루 주자 강백호가 견제사를 당한 덕분에 승리는 지켜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못했다.
3연전 마지막날인 7일도 결국 불펜진이 경기를 그르쳤다.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6이닝 무실점 역투로 4-0으로 앞서간 한화는 7회 스티븐슨에게 솔로포, 8회 김상수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4-2로 쫓겼다. 4-2로 앞선 9회, 한화 벤치는 김서현을 올리지 못했다. 이틀 연속 활용하느라 3연투를 시킬 순 없었다. 8회에 올라왔던 박상원을 그대로 9회에 올렸고, 박상원은 선두 타자 스티븐슨에게 몸에 맞는 공,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몰렸다.
타석엔 우타자 안현민. 한화 벤치의 선택은 좌완 조동욱이었다. 폭투로 무사 2,3루가 된 상황에서 조동욱은 안현민을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4-3, 1사 2루. 아직까진 한화의 승리 확률은 77.1%에 달했다.

그러나 3연전 내내 한화 불펜을 괴롭힌 ‘천재타자’ 강백호가 또 한번 한화 불펜을 박살냈다. 조동욱의 초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단숨에 KT의 승리확률이 56.5% 포인트 올라 79.4%까지 치솟았다. 단숨에 승기를 잡은 KT는 9회 마무리 박영현을 올려 5-4 승리를 지켜내며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전날 세이브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김서현을 아꼈다면 이날 김서현을 9회에 활용할 수 있었던 한화였다. 한화로선 이번 주중 3연전은 루징 시리즈보다, LG에게 선두를 내준 것보다 더 큰 것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마무리 김서현이 흔들린다는 것은 한화 투수진 운영의 청사진 전체가 요동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화는 장소를 서울 잠실로 옮겨 선두 LG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어쩌면 정규리그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3연전이다. 과연 한화 벤치는 이번 LG와의 3연전에서도 경기 막판 클러치 상황에서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릴 수 있을까. 그리고 김서현은 주중 3연전에서의 부진에서 빠르게 탈출해 다시금 ‘독수리 군단’의 수호신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