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원전급’ 수주 열흘 만에
애플측에 이미지센서 공급 추정
생산 공정서 전략적 협업도 주목
파운드리 강자 TSMC 대신 선택
“삼성이 양산 빠를 것 판단” 분석
이번 수주로 실적 개선 기대 커져
‘위기론’이 불거졌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원전급’ 수주를 따낸 지 열흘 만에 애플과의 협력이 공식화돼서다. 테슬라와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단순히 칩을 공급받는 것을 넘어, 생산 공정에서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할 것을 예고하면서 삼성의 제조 경쟁력 향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애플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과 이 같은 내용의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삼성과 협업해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고 △삼성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해당 기술을 도입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이 같은 발표는 최근 삼성전자의 테슬라 칩 수주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이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예정이고, 테슬라가 직접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지원에 나설 것을 공개한 바 있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텍사스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삼성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텍사스에는 삼성 공장뿐 아니라 테슬라의 대형 생산기지인 ‘기가 텍사스’, 머스크 CEO의 자택이 있고 전기 관련 부품 업체가 밀집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내 첨단 제조업 부흥 기조에 발맞춰 해외가 아닌 텍사스에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미국 내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 추가 투자 결정을 발표하면서 삼성과의 협력 진행 상황을 공개한 점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대규모 ‘미국 제조 프로그램’(AMP)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핵심 부품 생산을 더 늘리도록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양사가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대만 TSMC 대신 삼성을 선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SMC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삼성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격차를 59.9%포인트(올해 1분기 기준)로 벌리며 앞서고 있어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수주 물량이 초과돼 양산 속도가 나지 않을 것 같은 TSMC보단 삼성과 손잡는 게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할 칩은 이미지센서(CIS)로 추정된다. CIS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 정보를 저장·전송해 디스플레이 장치로 촬영한 사진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부품으로, 필름카메라의 필름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기준 소니가 글로벌 CIS 시장 매출의 과반(51.6%)을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15.4%로 2위에 올라 있다. 업계 추측대로 삼성전자의 CIS가 연간 2억대 이상 판매되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 전반에 탑재되면 소니와의 격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반도체 사업의 최우선 과제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CIS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부문의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 두 사업부는 올해 2분기에만 2조원 후반(추정)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DS부문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애플 CIS 칩 수주로 파운드리뿐 아니라 시스템LSI도 함께 수익성이 향상된다면 적자 탈출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대법원 판결로 ‘사법 족쇄’를 완전히 풀어낸 직후 잇따라 글로벌 ‘큰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이 회장이 공언했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에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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