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증여·탈세·임대소득 누락 등
조사대상 40%가 한국계 외국인
수도권 6억 이하 대출규제 열외
6·27 대책 후 외국인 되레 14%↑
“자금 추적… 악의적 탈루 철퇴”
외국인 A씨는 소득원이 없는데도 국내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샀다. 국세청 조사 결과 그는 한국에 거주 중인 아버지에게 승계받은 분양전환권을 통해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납부한 임차보증금을 부담하지 않았는데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A씨의 아버지는 배우자에게 수십억원대 해외부동산을 무상 증여하고, 다른 자녀에게도 해외 금융계좌를 통해 수십억원대 해외부동산 취득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같은 편법 증여와 소득 탈루, 임대소득 누락 등 조직적인 탈세 혐의가 드러난 외국인 49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약 40%는 한국계 외국인이다. 총 12개 국적이며 미국·중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탈루 금액은 총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매입한 부동산 230여채 가운데 70%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은 최근 3년간 급격히 늘었다. 2022년에는 6142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8089건, 2024년 9121건으로 1만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득한 부동산은 총 2만6244건, 거래금액만 7조9730억원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비중은 건수 기준 61.8%(1만6227건), 금액 기준 81%(6조4616억원)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는 3402건(2조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강남 3구와 ‘마용성’(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비중이 약 40%(1983건)였으며 금액으로는 전체의 61.4%(1조9028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이 외국인의 국내 고가 아파트를 취득·보유하는 과정 전반을 분석한 결과 취득한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내주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임대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강남권 고급 아파트를 취득해 외국계 법인 주재원에게 임대하면서도 주택임대업 등록을 누락하고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허위 양도계약을 체결해 다주택자임에도 1주택자로 위장하고, 소형주택 임대소득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이들은 주로 해외계좌, 가상자산, 차명계좌 등을 활용해 과세당국의 감시를 교묘히 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최근 시행된 6·27 대책도 외국인의 수도권 부동산 구매세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대상 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로 내국인은 수도권에서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지만, 외국인은 외국은행 등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6·27 대책 이후 서울 지역 부동산 매매거래가 한 달 새 27%가량 줄었으나 외국인은 오히려 14% 늘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보유·양도 과정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검증하겠다”며 “금융계좌 추적과 포렌식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 탈루는 수사기관에 통고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 국장은 “외국인의 국내 주택 취득 현황을 세대별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도 검토해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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