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부양 정책 반하는데다
여권 향하는 비판 잠재우기 의도
정청래 “패가망신 기조대로 엄단”
제명·재발방지책 카드로 ‘선긋기’
SNS선 “이춘석 외에 더 있을 것”
세제개편안 이후 추가 악재 부상
서울경찰청 ‘李 의혹’ 직접 수사
여권이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춘석 의원에 대해 제명과 엄정 수사 요청 등 강경 대처에 나선 것은 거센 후폭풍을 조기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제개편안 등으로 주식시장 관련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여당 중진의 차명 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며 민심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번 사태는 당정이 추진 중인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의원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제명 등 중징계를 의결하려 했으나 전날 밤 이 의원이 탈당함에 따라 일반적인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대표는 당규 제18조와 제19조에 근거해 이 의원을 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당규는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각급 윤리심판원이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결정할 수 있고, 윤리심판원은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의 해당 여부와 징계 시효의 완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윤리심판원은 7일 회의를 열고 이 의원 제명을 확정할 전망이다. 제명된 당원은 5년간 복당이 제한된다.
정 대표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이 대통령과 이재명정부의 기조대로 엄정하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며 “더 이상 이런 문제로 국민들께서 우려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 관련 범죄를 척결하겠다며 발언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제명’과 ‘재발방지책’이라는 카드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이 요동치니까 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 차명 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다가, 정 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돌연 자진 탈당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누구는 내부 정보로 쉽게 이익을 얻는데, 개미는 눈 빠지고 머리 빠져가면서 고생한다”, “이춘석 외에도 더 있을 것”, “이러는데 무슨 오천피(코스피 5000)냐”는 등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확산했다.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던 상황에 또 하나의 악재가 덮친 것이다.

당정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천명하고, 국회가 1차 상법 개정에 이어 ‘더 센 상법’ 개정안 의결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주식 활성화 정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에, 지도부가 엄중하고 신속하게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당 법사위원장을 맡은 국회의원이, 차명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의혹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타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의원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를 구상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 정책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의 분과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정부의 ‘AI 국가대표 프로젝트’ 발표 날, 프로젝트 참여 기업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여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휴가 중임에도 이 의원 주식거래 관련 의혹에 대해 엄정 수사하라고 당부하며, 국정기획위에서 즉시 해촉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 여당으로선 앞서 제기된 강선우 의원 관련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 의원에 대해 보좌진 갑질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강 의원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율이 하락한 바 있다. 결국 강 의원이 자진 사퇴하며 여론이 수습됐는데, 또 한번 옹호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의 경우 이 의원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 의원보다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이 의원에 대해 전날 영등포경찰서를 비롯해, 오늘 서울경찰청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고발사건이 접수됐다”며 해당 사건들을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배당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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