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살인 사건 당시 관할 경찰서 지휘관(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출동하기까지 70분 이상이 걸린 것으로 확인되는 등 미흡한 초동 대처에 대해 경찰이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26일 관련 진상조사에 착수했음을 밝히며 현장 초동 조치를 면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생일잔치를 열어 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 A씨 사건은 이제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진 모습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A씨는 오후 9시31분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0분 만에 현장을 떠났지만, 경찰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그가 집 안에 있다고 판단하고 약 1시간 10분 만인 오후 10시 43분쯤에야 내부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총격을 받고 쓰러진 B(33·사망)씨의 아내는 자녀들을 데리고 다급하게 방안으로 대피하면서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동 ○호다. 남편이 총을 맞았다. (아버지가) 총을 만들어왔다"라고 침착하게 신고했다.
신고 접수 경찰관은 총기 범죄가 발생한 점을 인지하고 최단 시간 출동 지령인 '코드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을 발령했다.
당시 10여분 만에 순찰차 3대가 차례대로 현장에 도착했으나 정작 일선 경찰관들을 지휘해야 할 상황관리관인 C 경정은 현장에 오지 않았다.
코드0 발령 시 상황관리관은 초동대응팀(신속대응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무과장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하는 게 내부 매뉴얼이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서 규모나 상황관리 인원 등을 이유로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출동하지 못할 경우 초동대응 팀원 중 선임자를 팀장으로 지정해야 했으나 이 또한 이행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피해자 부인 등 가족들이 방안으로 피신해 문을 잠그고 신고를 했는데도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경찰특공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피해자는 이미 총상을 입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의 총격으로 도어록이 파손된 상황이라 언제든 문을 열 수 있었지만 경찰은 특공대 진입 전까지 이를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1시간 47분 만인 오후 11시18분에서야 A씨가 이미 1층 로비를 통해 외부로 도주한 사실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나 CCTV 확인 등도 도주 후에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신속히 CCTV를 확인해 도주 사실을 파악했다면 피해자가 더 빨리 구조됐거나 검거 시점도 더 빨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C 경정은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찰서 내에서 최대한 현장 경찰관들을 지휘하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상황실에 4명이 있었는데 무전을 총괄하는 직원이 다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무전을 대신 받고 내부망으로 전파했다"며 "지구대 직원들에게도 방탄복을 착용해서 안전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세대 아래층 집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부분이 있어 다른 피해 확인하도록 무전을 하기도 했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부동산 페이지에서 집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도 하는 등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장 출동 매뉴얼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고, 사무실에서 챙기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답했다.
도착 직후 33층에 올라갔음에도 집 안에 진입하지 않은 것은 “증거물을 더럽히면 안 된다고 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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