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하우스 채소밭 복구 도와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건의”
“호남 사위” 당심 잡기도 노력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엔 남은 것이 없었다. 폭우가 지나간 23일 충남 아산시 염치읍의 한 농가엔 진흙을 뒤집어쓴 오이 이파리들만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바로 옆 고추밭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000여평의 비닐하우스 천장 가까이 차오른 물이 빠져나간 자리엔 휘어진 고추 줄기와 썩어가는 잎들이 밭고랑을 따라 나뒹굴었다. 찢긴 천장 비닐 사이로 햇볕이 쏟아졌지만, 텃밭의 생기를 되살리진 못했다.
“(폭우) 다음 날 수확하기로 했거든요. 딱 하루 저녁 사이에 이렇게 다 사라졌어요.” 농가 주인 이기호(69)씨의 한숨이 깊었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 16일 발생한 집중호우로 총 920ha에 달하는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염치읍은 누적 강우량 404mm, 침수면적 169ha에 달하는 등 충남 내 최대 피해 지역에 속했다.

이씨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돌아온 건 자원봉사자들이 농가로 모여들면서다. 선두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있었다. 정 후보와 함께 같은 당 김영환, 이성윤 의원과 대한적십자사 소속 봉사자들 20여명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 폐허가 된 텃밭 앞에 봉사자들이 주춤하자, 정 후보가 외쳤다. “3개 조로 나눕시다. 1조가 폴대 뽑고, 2조가 줄 자르고, 3조는 풀 정리. 움직입시다!”
‘강력한 개혁 리더십’을 내세우며 당심 공략에 나선 정 후보가 이날만큼은 수해복구 현장 ‘작업반장’으로 거듭났다. 오전 8시에 시작된 복구 작업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5분 남짓한 물 마시는 시간을 빼곤 모두가 쉴 새 없이 일했다. 폭포수처럼 흐르는 땀방울에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한 봉사자가 “(고추) 폴대가 너무 안 뽑힌다”며 애를 먹자, 정 후보가 다가가 비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정 후보는 “제가 텃밭 경력만 10년 차”라며 너스레를 놓았다. 이어진 버섯 농가 복구 작업에서도 그는 코를 찌르는 악취를 뚫고 “무거운 걸 드는 데로 가자”며 묵묵히 몸을 움직였다.


정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피해 입은 분들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된다”며 “씩씩한 사장님이 오히려 더 슬퍼 보였다”고 했다. 대신 정 후보는 복구 작업 틈틈이 주민들이 꺼내놓는 민원엔 빠뜨리지 않고 답했다. 염치읍 주민 박용희씨는 “여기 일대가 물에 다 잠겼는데, 아산시는 왜 특별재난지역이 안 됐냐”며 토로했다. 정 후보는 “기다려달라. 잘 챙기겠다”고 다독였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도 “특별재난지역에 아산시가 빠졌다”며 “이번에 빠진 일부 지역(호남, 영남, 충청 등)은 추가로 선정해 주실 것을 건의드린다”고 썼다.

수해복구 현장에선 말을 아낀 정 후보는 온라인상에서 당심 잡기에 나섰다. 충청·영남권 당심에서 정 후보가 박찬대 후보를 앞선 가운데, 민주당의 심장부 ‘호남 표심’이 8·2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호남의 경제발전은 호남 사위 정청래가 책임지겠다”며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호남인 중심으로 특위를 구성해 그동안 정체됐던 호남발전의 물꼬를 트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그는 “내란당은 뿌리째 뽑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의 내란혐의자 영장기각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등 당원 호응도가 높은 발언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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