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필리핀은 가장 가까운 동맹”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이 “미·중 간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맹인 미국과의 협력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마르코스는 비공개 회담 시작에 앞서 기자로부터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마르코스는 “균형을 맞출 필요가 없다”(There was no need to balance)며 “왜냐하면 우리(필리핀)의 외교 정책은 독립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는 언제나 미국이었다”고 덧붙였다.
원래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하며 미국으로 영유권이 넘어갔다. 이후 미국의 자치령과 비슷한 지위를 거쳐 1946년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년간 일본의 점령 통치를 받은 필리핀은 미군의 희생에 힘입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역사 때문인지 미국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2022년 친미(親美) 성향의 마르코스가 집권한 후 필리핀은 외교·안보적으로 미국과 더욱더 밀착하고 있다.
트럼프가 동남아 국가 정상들 중에서 가장 먼저 마르코스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트럼프는 마르코스를 향해 “필리핀은 가장 강력하고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며 “필리핀은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로, 최근 (미국과) 훌륭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필리핀이 지난해 11월 그가 미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이 자국 땅으로 여기는 스카버로(Scarborough) 암초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에 갈등이 심화했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필리핀은 물론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과도 마찰을 빚고 있는 상태다. 앞서 미국은 필리핀에 “양국의 동맹 조약은 태평양 어디서든 적용된다”고 보장한 바 있다.
한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두 나라가 관세 등 무역 합의를 체결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필리핀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산 제품에 0%의 관세를 적용하게 된다”며 “필리핀은 19%의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트럼프가 필리핀을 상대로 제시한 관세율 20%보다 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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