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번복 김문수도 입장 표명해야
동력 꺼져가고 있지만 혁신 불씨 남아”

국민의힘 윤희숙(사진) 혁신위원장이 “혁신안은 받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구 세력과의 전쟁”이라고 밝혔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4명을 1차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명한 윤 위원장은 21대 대선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번복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21일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1호안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사과를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과거와의 단절을 거부하는 큰 세력이 당내에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도부와의 갈등 끝에 돌연 사퇴한 전임 안철수 의원에 이어 지난 9일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윤 위원장은 바로 다음 날 1호안으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당헌·당규에 명시하자는 내용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1호안은 ‘당신들(친윤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제1 혁신’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희숙 혁신위’는 현재 출범 10여일 만에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혁신위는 출범 닷새 만에 2호(최고위원회 폐지), 3호(당원소환제도 강화)안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채택 자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 위원장은 “11일 비대위원장께 혁신안을 보고했고 열흘쯤 지났는데 현재까지 의미 있는 얘기가 하나도 없다”며 “지도부가 처음에 ‘선 혁신 후 전당대회’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 강도가) 자신들의 눈높이를 넘어서니까 혁신안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선 혁신위가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 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장외 전쟁이 당의 운명에 훨씬 중요한 부분이 돼버리면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입당하는 등 극우 인사들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들과의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혁신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윤 위원장은 조만간 열릴 의원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바꿔야 하는 부분을 빨리 바꾸고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의총”이라며 “의총에서 비대위와 다르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달 22일 예정된 전당대회도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지점이 될 전망이다. 윤 위원장은 “당을 혁신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팀과, 사과와 혁신은 필요 없고 뭉쳐서 싸우자는 팀이 있는데 서로의 에너지가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선호도 1위로 나타난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윤 위원장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번복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김 전 장관이) 자신이 당에 끼친 피해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의해서 계속 입장 표명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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