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주민 반발… 한전 “법령·절차 준수”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 작지 않을 듯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의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절차상 잘못을 인정한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사실상 한전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은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단지로 옮기는 고압송전선로 입지를 놓고 주민 편에 섰던 다른 지자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송전선로 경유 반대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김순한)는 전날 충남 금산 등 지역 주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기존 인용 결정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지난 2월18일 내린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대상지역은 전북, 충남, 대전의 15개 시·군·구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고,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의한 최적 경과대역 또한 도면상 위 사업대상지역 면적 중 3분의 1에 달해 여전히 광범위하다”며 “최종적으로 송전선로 등이 설치되거나 그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은 최적 경과대역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최적 경과대역 내 주민이라는 사정만으로 생활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등 시행기준은 한전의 자체 내부규정으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결의가 시행기준에 위배됐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거나 무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업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이 사건 결의의 효력이 정지돼 한전이 후속 절차로 나아가지 못하면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력수급계획 전체에 상당한 차질이 초래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 취지를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반대추진위 박범석 대외협력위원장은 “주민들은 최적 경과대역이 확정될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한전의 시행기준이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결정이라면, 주민들도 입지선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한전은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무탄소 에너지를 계통에 연계하기 위해 2029년 12월까지 추진해야 하는 필수적인 국가사업”이라며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며 관련 법령과 업무절차를 준수해 전력망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전북 정읍시와 충남 계룡시를 잇는 345kV 고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2029년 12월 준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2023년 8월 말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같은 해 12월 금산군 진산면 등을 경유하는 최적 경과대역을 확정했다. 일부 주민들은 한전이 주민대표를 전체 입지선정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하지 않고, 사업구역 내 거주민이 아닌 지방의회 의원과 공무원을 주민대표로 구성한 점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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