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격노설’ 인정… “소문 들어”
이종섭 받은 ‘02-800-7070’ 번호와
통화한 野 주진우 의원도 특검 조사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이 두 차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들을 내란·김건희 특검팀과 공유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전달한 외압 의혹의 핵심인물로 구속 기로에 선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은 2년 만에 이른바 ‘VIP 격노설’을 시인했다.

정민영 채해병 특검보는 22일 브리핑에서 “두 차례 압수수색이 큰 규모로 있었고 현재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이라며 “3개 특검의 수사 대상 일부가 중복돼서 어느 한 특검이 확보한 압수물을 다른 특검이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내란·김건희 특검이 각각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영장을 확인하고 집행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채해병 특검은 10일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 자택을, 11일엔 조 전 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내란 특검은 16일 조 전 원장을, 김건희 특검은 19일 이 전 대표를 각각 압수수색했다. 세 특검은 임의로 압수물을 공유할 경우 적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채해병 특검의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형식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채해병 특검팀이 모해위증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 전 사령관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특검 수사 개시 후 첫 신병 확보 시도다. 김 전 사령관 측 김영수 변호사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사령관이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가 났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소문을 통해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월 채해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전달해 수사 외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그간 VIP 격노설 자체를 부인해 왔다. 그는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한 혐의도 받는다. 채해병 특검팀은 박 대령이 자신을 항명 혐의로 기소한 염보현 군검사(소령)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국방부에서 이첩받아 수사 중이다.
정 특검보는 VIP 격노설이 나온 그해 7월31일 02-800-7070번호와 통화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관련해 “통화 경위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 필요성을 밝혔다. 주 의원은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당일 해당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채해병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와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최근 2년여 만에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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