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보험료 지원 불구
지역·시설별로 가입률 편차 커
가평도 대상주택 1.5%만 들어
16∼20일 이어진 ‘괴물 폭우’ 피해가 집중된 광주 북구와 경기 가평, 경남 산청, 충남 서산 지역의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이 대체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에 가입하면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에 대비할 수 있는 만큼, 인식 제고 등을 통해 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예기치 못한 풍수해와 지진 재해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 보험이다. 자연재해 중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지진해일 피해에 국한된다. 가입 대상 시설물은 주택과 농·임업용 온실, 소상공인 상가 및 공장이다.
이 보험은 ‘풍수해·지진재해보험법’에 따라 2008년 도입됐다. 행안부가 관장하고 삼성화재 등 7개 보험사가 운영한다. 기본 가입 기간인 1년치 보험료의 55∼100%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보험료 부담이 극히 적으면서도 피해 발생 시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다. 붕괴 위험 또는 산사태 등 재해 취약 지역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한부모가족은 최대 보험료 전액을, 일반 가입자도 보험료 55% 이상을 지원받는다. 올해 이 사업엔 정부 예산 485억원이 책정됐다.
일례로 면적 80㎡인 단독주택의 경우, 일반 가입자의 1년치 보험료가 3만9000원인데 이 중 정부가 2만1500원을 내준다. 자부담 1만7500원만으로 주택 전파 시 보험금 8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주택 반파 시 4000만원, 조금 부서졌을 때도 2000만원이다. 다만 일반 보험처럼 보험금을 청구한 뒤 손해 평가와 피해 조사를 거쳐야 한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가 큰 광주 북구와 가평, 산청, 서산 지역의 지난달 말 기준 풍수해·지진재해보험 유효 가입 현황을 보면, 시설별 가입률이 주택 29.9%, 소상공인 시설 20.9%, 온실은 6.5%에 불과하다. 가입 대상인 주택 4만9763세대 중 1만4870건, 소상공인 시설 4333개 중 905건, 온실 290.3㏊ 중 19㏊만 가입돼 있다.
또 지역별, 시설별로 보험 가입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 산청에선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 등 온실 피해가 적지 않은데, 보험에 가입된 온실이 전무하다. 가평도 주택 1만3792세대의 1.5%인 213건만 가입돼 있다.
서산의 가입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주택 1만1152세대의 51.7%인 5763건, 소상공인 시설 526개의 68.4%에 이르는 360건이 보험에 가입된 상태다.

행안부 재난보험과 관계자는 “보험 가입 기간이 끝나 재계약할 때도 보험료 지원은 동일하다”며 “기복이 좀 있으나 전체적으로 가입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후변화로 자연 재난이 빈발해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을 높이려면 ‘재난안전의무보험’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난안전의무보험이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주로 사회 재난 시 사람의 생명·신체, 재산에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의무보험이다. 원인 제공자에게 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미가입 시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
이와 관련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을 의무화하면 국민의 ‘계약 자유의 원칙’ 등을 침해할 수 있고, 미가입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로 국민 반발이 우려된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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