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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수색·복구 구슬땀… “허리까지 차오른 흙 걷어내” [전국 폭우 피해]

입력 : 2025-07-22 19:10:50 수정 : 2025-07-22 21:30:22
산청·포항=강승우·이영균 기자,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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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은 물난리 현장

70대 농민 “딸기 심을 시기에…”
온실 폭삭 주저앉아 망연자실

‘극한호우’ 발생 한 달 앞당겨져
재난대응계획 전면 재검토 필요

닷새 동안 사망 21명·실종 7명
“지금 한창 딸기모종 준비해서 8월부터 딸기를 심어야 하는데 물난리 때문에 비닐하우스가 완전히 망가져 그저 속만 타들어 갑니다.”
22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에서 경남도청 소속 공무원들이 침수 지역 주택에서 삽을 이용해 마당에 쌓인 진흙을 치우고 있다. 산청=연합뉴스

22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청현마을에서 만난 양차식(72) 이장은 뼈대마저 폭삭 주저앉은 비닐하우스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청현마을은 최근 닷새 동안 산청 지역에 800㎜에 달하는 ‘괴물폭우’가 할퀴고 간 상흔을 처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은 비닐하우스동 중 일부는 찢어진 비닐이 너덜너덜 나풀거리고, 다른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양 이장은 “비닐하우스는 엉망이 됐지만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보험처리를 하려면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2일 폭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신등면 모례마을 인근 고추밭에서 한 주민이 고추를 따고 있다. 뉴스1
22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에서 경남도청 소속 공무원이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된 주택의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물러가면서 경남소방본부 등 재난 당국은 오전 6시부터 드론과 중장비, 구조견, 열화상카메라 등 가용 장비·인력을 총동원해 나흘째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쌓인 토사물과 끊긴 도로 등 때문에 실종자 수색작업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산청군에 발령된 폭염주의보도 실종자 수색 및 피해 복구 작업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도청에서 파견 나온 50대 공무원은 “어제는 한 주택에서 허리까지 차오른 흙을 모두 걷어내느라 허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고 힘든 복구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행정안전부 잠정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폭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사망 21명, 실종 7명이다.

드론 띄워 실종자 수색 22일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하천에서 119구조대원이 실종자 수색을 위한 드론을 띄우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렸던 17일 신안교 인근 하천에선 80대 중반의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광주=뉴시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0분쯤 산청군 단성면 호우 피해 현장에서 60대 여성이 실종 나흘 만에 발견됐다. 이 여성은 19일 낮 12시36분쯤 단성면 방목리에서 실종됐다. 이날 오후 3시10분쯤 산청읍 모고마을 입구 인근에서도 70대 남성이 실종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19일 낮 12시쯤 산청읍 모고마을에서 실종됐다. 실종자 2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산청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남은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폭우와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신안면 일대에서 경찰 헬기가 수색하고 있다. 뉴스1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산청군에서는 잇따라 희생자 장례가 엄수되고 있다. 이날 오전 산청읍 산청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는 유족과 친지 등 3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같은 장례식장에서는 19일 산사태에 밀려온 토사가 덮치면서 변을 당한 70대 장모와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사위 발인식이 열렸다. 앞서 산청읍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숨진 70대 부부의 발인식도 이날 오전 일찍 엄수됐다.

22일 경남 산청군 율현마을 산사태 실종자의 아내 전인호 씨(74)가 자신의 집과 주변을 살펴보며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 뉴스1

한편 시간당 50∼80㎜를 쏟아내는 극한호우는 앞으로 더 일찍,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스텍 민승기 교수(환경공학)와 서가영 박사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기후모델을 이용해 저배출·고배출 두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시간당 극한강수 발생 빈도 변화를 월별로 분석한 결과 시간당 30㎜ 이상 쏟아지는 극한호우의 발생시기가 현재(2001∼2005년) 8월에서 미래(2091∼2095년) 7월로 한 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미래 7월 극한호우의 빈도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현재보다 약 2배, 고배출 시나리오에선 약 3.7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 재난대응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한반도 북쪽 저기압과 남쪽 고기압 사이에 거의 정체된 전선이 형성되면서 경계 지역에 폭우가 장시간 머무는 기상 패턴이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민 교수는 “폭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난 대응계획을 월별로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청·포항=강승우·이영균 기자,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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