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용산 등 빌라·오피스텔 대상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인
공인중개사·집주인 사칭해 범행
편취한 돈 대포통장 등 자금세탁
반환 요구 땐 합성 음란물로 협박
경찰, 비번 제공 공범 3명 추적 중
피해자 총 51명… 2030세대 피해 ↑
청년 세대가 많이 쓰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신종 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죄조직은 허위 매물을 올리면서도 실제 매물을 피해자에게 보여주는 등 눈속임으로 계약금 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플랫폼에서의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지만, 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를 막기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당근마켓에 허위 부동산 매물을 올려 계약금을 가로챈 30대 남성 A씨와 B씨를 최근 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두 남성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을 사칭해 서울 마포·용산·강서구 등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범행을 벌였다. 피해자들은 총 51명으로, 주로 1990년대∼2000년대생이었다. 이들은 인당 100만∼2000만원씩 계약금을 뜯겨 총 피해 금액은 3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공범으로부터 공동현관과 세대 출입문 비밀번호 등 매물 정보를 받았다. 이들은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의 매물을 당근마켓에 허위로 올렸다. 실제 전세가 3억5000만원짜리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광고하는 식이었다.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바쁘니까 알아서 방을 보고 가라”며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피해자들이 직접 집을 확인하고 계약을 원하면 본격적인 사기가 시작됐다. 위조한 집주인 주민등록증과 등기사항을 보내고, 직접 만나지 않기 위해 비대면 전자계약 플랫폼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해 계약금을 편취했다. 일부 피해자는 실제 입주까지 했다가 진짜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고서야 사기당한 걸 알았다.

경찰은 행동대장인 A씨와 B씨 말고도 범행 전체를 지휘한 총책 1명, 매물·비밀번호를 제공한 상선 3명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상선이 매물의 비밀번호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매물과 비밀번호 취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편취한 돈은 대포통장을 거쳐 4∼5차례 자금세탁을 거쳤다. 총 피해금 중 약 30%는 자금세탁조직에, 40%가량은 상급자에게 주고 나머지를 A씨와 B씨가 가져갔다. A씨는 사기 사실을 눈치챈 여성 피해자에게 합성 음란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대책은 미비하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만9451건으로 200배 넘게 늘었다. 수사기관이 당근마켓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부동산 사기 사건도 2023년 1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증가했다. 피해액은 약 1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사기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국토교통부는 2월 플랫폼 부동산 거래 가이드라인에서 플랫폼이 매물 소유자 정보를 확인하도록 권고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다. 당근마켓은 본인인증 절차를 도입했으나 개인 간 직거래 게시판에서는 실명 인증만 거치면 중개사 자격과 무관하게 매물 등록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아람 마포경찰서 수사1과장은 “이 같은 범행 수법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시세보다 대폭 저렴한 물건은 반드시 의심하고 공인중개사 명의, 전화번호가 일치하는지 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임차하려는 목적물의 소유주 이름과 계약금 입금 계좌 명의가 다를 경우 대포계좌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번 넘어간 금원은 즉시 세탁돼 돌려받기 어려우니 입금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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