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져
4개월 전 출간 저서도 확인 안 해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야당이 반대하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시한은 내일까지다. 강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 강행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국회 보좌진과 여성가족부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지고 진보 진영에서도 부적격이라고 반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내 식구 감싸기로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였던 협치 행보와도 배치된다. 이런 태도는 국민에게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 이 대통령에게 심각한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과 관련, “보좌진과 의원은 동지적 관계로 식구 같은 개념에 있다.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갑질로 바뀔 수 있다”며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는 다르다고 강변했다. 의원과 보좌진은 특수한 관계라서 보좌진은 의원의 갑질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인 궤변이다. 사회적 약자인 ‘을(乙)’의 고충을 덜어준다는 목적으로 ‘을지로위원회’을 운영하는 민주당이다. 그런 당의 주요 당직자가 강 후보자를 두둔하기 위해 당의 노선과 다른 말을 한다.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시스템은 문제가 없고,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기 내각 후보자 청문회는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였다. 낯 뜨거운 대통령 찬양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인사가 국가공무원 인사를 책임지는 인사혁신처 처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동고동락한 ‘성남·경기 라인’의 대통령실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통령실 제2부속실장에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가 내정됐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균형을 잃기 쉽다.
여당의 몰매 끝에 자진 사퇴한 강준욱 대통령 국민통합비서관의 경우도 인사 검증에서 실패했다. 지난 3월 출간된 저서에서 그가 12·3 비상 계엄을 옹호했으나, 인사 검증에서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강 비서관은 입장문을 내서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제가 펴낸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했으나, 여당의 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 어제 강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여권은 과거 정부에서 집권 초기 인사를 둘러싼 잡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정 동력을 상실한 적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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