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 관세 협상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21일(현지시간) 제8차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찾았다. 일본 측은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익과 정권 명운을 건 교섭에 나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아카자와 장관은 이날 저녁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2시간 이상 관세 문제를 협의했다. 일본 정부는 22일 이같이 전하며 “양측은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실현하고자 다시 솔직하고 깊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익을 지키며 일·미(미·일)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착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했다. 아카자와 장관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회동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아카자와 장관이 미국 측 협상 상대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채 일단 떠난 것이라고 전했다. “정체된 협상을 타개할 비책이 보이지 않는다”(산케이신문), “일본 측이 서두르면 새로운 양보를 강요당할 가능성이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선거 패배로 이시바 총리가 약체화한 까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다 강하게 일본을 몰아붙일 수 있게 된 반면 일본이 미국에 내밀 수 있는 협상 카드는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쌀 수입 확대나 예산이 필요한 방안은 여당 내 이른바 ‘농림족’과 야당이 협조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섰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카자와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이 달린 협상에 선거에 이기고 지고는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방미가 정권의 존재 의의를 짊어지고 있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짚었다. 이시바 총리가 7·20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도 물러나지 않은 채 버티는 이유로 미·일 관세 협상 등 과제 수행의 책임을 들었기 때문이다.
느긋한 쪽은 미국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CNBC방송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일본 정부의 내부 사정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8월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외 국가들과 진행 중인 무역협상의 추이가 미·일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 외교협회(CFR)의 통상 전문가 매슈 굿맨은 “8월1일까지 발표할 수 있는 성과가 너무 적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일본 제안을 덜컥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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