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사랑·이별 고전과 맞물려
대문호 향한 패러디·오마주 재미 더해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인물과 서사, 무대가 촘촘히 엮인 웰메이드 작품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사랑에 빠져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다”는 창조적 상상을 바탕으로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고전적 서사와 대문호의 젊은 시절 사랑과 이별이 맞물린다. 애초 코미디로 시작된 ‘로미오와 에델, 해적의 딸’이 점차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비극으로 바뀌는 과정과 이별의 아픔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주인공들 서사는 아름답게 그려진다.

후반부 셰익스피어가 완성한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이 우여곡절 끝에 극중극 형태로 펼쳐지는 장면이 극적 정점이다. 윌 셰익스피어 본인이 로미오 역을 맡고, 비올라가 줄리엣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데, 관객은 무대 뒤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구조로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무대 위와 무대 밖, 극중 현실과 극중극의 경계가 흐려지며 서사의 깊이가 더해진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유니버스에 바치는 경의의 패러디와 오마주로 가득하다. 오해로 인해 로미오가 줄리엣과 함께 비극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셰익스피어 대사가 그대로 낭송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대사는 물론 ‘햄릿’, ‘맥베스’, ‘십이야’, 셰익스피어가 남긴 소네트에서 가져온 문구들이 작품 곳곳에 자연스럽게 삽입돼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자신이 쓴 시집을 건네는 뱃사공은 실존인물로서 역사와 상상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만든다.
불멸의 유산이 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남긴 두 주인공은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각자의 길을 떠난다. 극 중 대사 “아픔과 치료가 하나”라는 말처럼 연극은 비극적 현실을 넘어 예술이 품을 수 있는 희망과 영원을 이야기한다. 연극이기에 가능한 낭만과 유머, 찬란한 상상력이 무대 위를 수놓는다. 9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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