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피의자를 호송하던 중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돼 신빙성이 낮고, 유전자(DNA) 감식 결과 또한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기희광 판사는 강제추행과 독직가혹행위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5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경위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8일 전주완산경찰서에서 피의자 B(여)씨를 검찰 구치감으로 호송하면서 그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함께 피의자 호송에 나선 여성 경찰관이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호송 지침에 따르면 여성 피의자를 호송할 땐 동성의 경찰관이 동행해야 하지만, 이 사건 당시에는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B씨는 전주지검 인권보호관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털어놨고, 검찰은 곧바로 수사팀을 꾸려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팀은 B씨의 옷과 몸에서 A경위의 DNA를 채취해 분석하고, 그가 속한 경찰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또 성폭력 등 피해자 지원 기관에 피해자 조사를 의뢰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전북경찰청은 그의 직위를 해제하고, 감찰 조사를 통해 호송 절차 위반 등을 확인해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수사 초기부터 공판 진행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직접 또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유전자 감식 결과에 대해서도 “DNA가 전이됐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 피의자가 무고한 이유가 따로 있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최근에는 피해자를 강제추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핵심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여러 차례 번복돼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몸과 옷에서 검출된 남성 DNA 역시 피고인의 것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피해자가 추행당했다고 한 분위에서는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선고는 피고인이 건강상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궐석재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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