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혼…쌍문동 70평 가해자집, 전부인 명의
“전부인에 대한 박탈감에 아들 살해 가능성도” 분석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 피해자의 어머니는 유명 에스테틱 브랜드 대표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인인 60대 친부는 20년 전 아내와 이혼했으며 범행 동기는 가정불화로 추정된다. 가정불화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 부인에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22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33층 펜트하우스에서 A(62)씨에게 총격을 당해 숨진 피해자는 국내 130개, 해외 11개 지점을 가진 유명 피부관리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인 60대 여성의 아들 B(33)씨다. 사건 발생 당시 모친은 미국 출장 중이었다. 피해자 B씨 역시 같은 업계 브랜드 대표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은 A씨의 생일이었고, 그는 초대를 받아 아들 집으로 갔다. B씨 부부 외에도 아홉살, 다섯살 손주들과 B씨 부부의 지인 등 6명이 함께 있었다. A씨는 오후 9시30분쯤 “잠깐 외출하겠다”고 한 뒤 렌트차량에서 사제 총기를 꺼내 와 아들을 향해 두 차례, 출입문을 향해 한차례 총을 발사했다. 이 중 두 발이 아들의 몸에 맞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정지 상태에 빠져 결국 숨졌다.
A씨는 사건 직후 렌터카를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고, 약 3시간 뒤인 21일 오전 12시20분쯤 서울 서초구에서 검거돼 인천으로 압송됐다. A씨 차량에서는 사제 총기 외에도 총열로 추정되는 쇠파이프 11점과 산탄 86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일부는 장전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총기 관련 전과나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범행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고 간이 마약류 검사에서도 음성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A씨를 체포한 뒤 그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에 출동해 신나와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제거했다.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소유자는 피해자의 어머니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쌍문동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70~80평대 고평수 단지로 알려졌다. 2008년 B씨의 어머니가 매입한 것으로 A씨는 이곳에서 혼자 거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무직인 그는 20여년 전 아내와 이혼했으며 아들과는 정기적으로 왕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가정불화를 이유로 범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동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 등으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이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A씨는 불출석 의사를 경찰에 밝혔다.
A씨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인 경찰은 A씨가 아들만을 겨냥했다면 왜 수십 개의 총기 부품과 폭발물을 제작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A씨의 심리 분석을 위해 인천·서울·경기남부청 소속 프로파일러를 투입했으며, B씨 시신 부검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피해 가족에겐 보호관을 배치하고 장례비·치료비 지원, 전문업체를 통한 범죄 현장 정리, 심리치료 등 종합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아파트 실내에서 격발이 이뤄져 피해자 아내와 아이들이 현장을 모두 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건 직후 안방으로 급히 몸을 피하며 화를 면했으나 지속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아내는 범행을 목격한 충격으로 한때 실신할 정도였으나 현재는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이 전 부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윤성 순청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맨 정신에서, 사건 현장에 아들과 며느리, 손주 등이 있었는데 딱 그 아들에 대해서만 공격을 했다는 건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같다”며 “우선 가해자가 전 부인에 있어서 정서적, 경제적 분리가 안 됐다. 아버지나 남편으로서 한 20년 동안 있으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박탈감이라든가 이런 것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아들이라고 하는 존재는 전 부인이 이룬 사회적 경제적인 성공에 있어서의 그 상징적인 계승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에 대한 복수 감정으로 자녀를 살해하는 ‘스파우즐 리벤지 필리사이드(spousal revenge filicide)’도 언급됐다. 오 교수는 “남편 입장에서 무력감이라든가 열등감, 분노, 질투 이런 것들을 느껴서 그것이 그로 인한 좌절감에 의한 복수심의 어떤 발로가 아닌가라고 저는 본다”며 “어머니에게 있어서 남편보다도 더 소중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식이다. 가장 아끼는 아들을 상실한 그 고통을 주기 위한 의도나 심리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21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했던 ‘오웬스 사건’도 이와 유사하다”고 부연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애정결핍 또는 피해의식에 따라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런 생각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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