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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가족 공연 관람 60만원… 펀(Fun)플레이션에 “연말이 두렵다”

입력 : 2023-12-19 21:00:00 수정 : 2023-12-21 18: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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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 다가온 ‘펀플레이션’

아이돌 공연 VIP석 20만원 ‘훌쩍’
공연티켓 평균가격 3년새 19% ↑
시민들 ‘얇아진 지갑’에 부담 호소
“티켓값 너무 올라 식비지출 줄여”

전문가들 ‘문화산업 악영향’ 우려
“합리적 가격대로 저변 확대해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에는 볼거리가 한층 풍성해진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을 특별히 마무리하기 위해 공연·예술 관람을 즐기지 않던 이들도 지갑을 열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매 주말마다 주요 공연장 앞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 관람료가 가파르게 오르며 연말연시를 문화생활로 즐기려는 시민들 사이에선 “놀기도 겁난다”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19일 공연티켓 판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판매 중인 공연은 뮤지컬 472개, 콘서트 330개, 연극 273개 등으로 유명 가수와 극단의 연말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중 1000석 이상의 대규모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인기 뮤지컬의 VIP석은 17만∼19만원 대에, 유명 K-POP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VIP석은 20만원 대를 훌쩍 넘겨 판매되고 있다.

 

뮤지컬·콘서트뿐 아니라 연극, 영화, 클래식 등 모든 공연·예술 분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보다 가격대가 크게 올랐다. ‘2023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 공연티켓 1장당 평균 가격은 19.2% 상승했다. 세부 공연·예술 분야별로 ▲클래식 95.2%, ▲대중음악(K-POP 콘서트 등) 39.1%, ▲무용 38%, ▲연극 16.1% 등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렇게 즐거움을 위해 선택하는 문화·예술·오락 분야의 가격 상승을 두고 재미(fu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쳐 ‘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펀플레이션 현실 속에서 시민들은 얇아지는 지갑에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재정 상황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의 경우 식비를 줄이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아예 문화생활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남는 돈으로 콘서트나 음악 축제를 즐겨 온 대학생 김민정(22)씨는 “공연 하나에 십만원 초중반 (가격)대니깐 티켓 사려면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최대한 줄인다”며 “콘서트는 틈틈이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갔는데, 티켓 가격이 오르니 두 개 볼 거를 한 개 볼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직장인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뮤지컬을 예매했다는 회사원 한지현(29)씨는 “어릴 때 생각해 보면 부모님 손을 잡고 뮤지컬을 종종 보러 갔다”며 “지금은 4인 가족이 공연 한번 보려면 60만원이 깨지고, 연인끼리 봐도 20만∼30만원이 넘으니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려면 의식주 말고도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야 하는데 경제 사정이 좋은 사람만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윤모(25)씨는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한 달 치보다 영화 한 편 값이 더 비싸니 볼 엄두가 안 난다“며 “아이돌 콘서트는 현장 관람은 너무 비싸서 5만원 대의 온라인 콘서트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통해 공연문화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공연영상학부)는 “지금의 공연 구조는 스타 마케팅 중심의 단기 상연으로 진행되다 보니 공급이 제한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장기 상연하는 공연을 기획해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하면 공연·예술 문화가 대중화돼서 공연시장 자체도 성장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는 “가격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수요가 오히려 줄어 장기적으로 문화산업에 마이너스”라며 “가격을 절대적으로 인하할 수 없다면 두세 번째 관람객에게는 가격 인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가격 선택권을 업계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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