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벌 일색 효과 의문…대책 없는 중견·중기 공포감만

입력 : 2022-02-09 18:05:15 수정 : 2022-02-10 00:13:22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4건 발의… 대상·범위 등 확대
대책 없는 중견·중기 공포감만
“원·하청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우선
처벌보다 당근 위주 선회” 지적
지난 2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 당국이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 3일 노동자 3명이 안타깝게 숨진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는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참사로 이어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화약류 자격증이 없는 현장 채석 담당자가 발파 준비를 위한 구멍을 뚫는 천공 지점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당일 오전 폭약 약 1800㎏이 사용됐는데, 현장소장의 결재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참사로 이어진 인재(人災)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삼표산업 사건 등 중대재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는 법 시행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기업에 공포감을 조장하는 방식으로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치권에선 거꾸로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4건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사업장 등에서 종사자·시민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적용 시기를 2024년 1월로 미루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적용 범위를 넓히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지난 8일 발의한 개정안은 중대재해와 관련된 규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열린민주당 강민정·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개정안도 비슷한 취지다. 특히 강민정 의원의 개정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주체의 범위에 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추가하는 조항을 넣어 한층 수위를 높였다.

 

이 밖에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개정안은 중대시민재해의 범주에 건설공사 현장에서의 안전관리·유해위험방지 결함을 넣었다. 현행법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는 재해만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이런 개정안들이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현장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견·중소기업 사이에서는 ‘다음 차례가 내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경영진의 형사 처벌을 막고자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신설하고 거액의 예산을 들여 로펌의 컨설팅까지 받는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가 처벌를 강화하는 대신 모범 기업에 ‘당근’을 주는 쪽으로 선회해야 입법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건설사들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안전수칙 위반을 무릅써야 하는 현주소와 무관하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중소규모 건설·제조업체 2만487곳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한 결과, 안전수칙을 위반한 업체는 64.4%인 1만3202개소에 달했다.

 

최동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청 업체 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위험 부담을 해야 되기 때문”이라며 “사전에 철저히 공사 계획을 하고 충분한 기간을 두는 시공사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중대재해는 건설업 원·하청 관행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여서 다각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