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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회장 느닷없는 ‘친일청산’ 발언, 정략적 접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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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16 22:10:49 수정 : 2020-08-16 22: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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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이 그제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며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했다. 국립현충원에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면서 이들의 묘 이장을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된 임시정부의 대통령이었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광복회장이 그를 대통령 직함 없이 부르고, 근거 없이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매도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애국가나 국립현충원 이장을 언급한 것도 부적절했다. 광복절 기념사에 담을 말이 아니다. 김 회장은 얼마 전에는 북한의 남침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내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백선엽 장군을 폄하했다. 또 북한 핵개발을 옹호하고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포기를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친북·반미 행태를 보였다.

제주 기념식장에서는 원희룡 지사가 그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면서 경축식이 항의와 고성이 오가는 이념 갈등의 장으로 변질됐다. 원 지사는 미리 준비한 경축사 대신 즉석 연설을 통해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6·25전쟁 당시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군인과 국민을 언급하면서 “그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한 분들도 있지만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 있는 역사관이 담긴 타당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의 느닷없는 ‘친일 청산’ 발언에는 여권의 지지율 급락을 막기 위해 다시 ‘토착왜구’ 프레임을 깔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윤미향 의혹’ 등 정치적 악재가 터질 때마다 여권이 친일·반일 갈등 프레임을 동원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그의 발언을 적극 두둔하고 나선 데서도 이 같은 속내가 읽힌다.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없이 경박한 구태다.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유발한 김 회장 발언은 국민통합에도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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