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 명시
과거 퇴행 더 이상 반복하면 안돼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추월했다는 여론조사가 어제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2일 실시한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떨어진 33.4%, 통합당은 1.9%포인트 오른 36.5%로 집계됐다. 보수계열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넘어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된 2016년 10월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최근 양당 지지율은 급속도로 좁혀져 지난 10일에는 민주당이 겨우 0.5%포인트 앞섰다.
중도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1.5%에서 30.8%로 떨어졌으나, 통합당은 37.4%에서 39.6%로 올랐다. 중도층의 8.8%포인트 격차가 지지율 역전을 가져온 것이다. 통합당은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한 서울에서도 39.8%를 얻어 32.6%에 그친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민주당 지지율은 경기·인천, 호남,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 30·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통합당에 뒤처졌다.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에서마저 47.8%에 그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은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결정적이고, 입법 독주·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잇따른 실정과 악재가 초래한 결과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반사효과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예전엔 민주당이 아무리 죽을 쑤어도 지지율이 보수 쪽으로 가지 않았다. 최근엔 다르다. 민주당을 떠난 지지층이 통합당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통합당이 오랜만에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당은 4·15 총선 참패 이후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고, 당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어제 발표한 새 정강정책은 통합당의 면모를 다시 보게 할 좋은 기회다. 한국형 기본소득을 1호로 명시했고, 경제민주화·양성평등 강화·국회의원 4연임 제한 등이 새로 포함됐다.
통합당이 수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호남 지원에 나서는 등 외연 확장을 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통합당이 건강한 견제세력,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좀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적당히 겉모습만 바꾸는 게 아니라 새 정강을 정책에 반영해 실제 입법에 나서고, 수구세력과도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통합당이 오랜만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극우로 치달았던 과거의 퇴행을 더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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