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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고 치킨 튀기고… ‘요리봇’ 척척 [안젤라의 푸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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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3 14:00:00 수정 : 2020-05-22 18: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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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로봇 치킨점 개점… 1인 경영 기대 / 공정·시간 등 세팅… ‘겉바속촉’ 맛 장점 / 사람만 만들수 있는 감성레스토랑도 확산

 

미국 시애틀에는 아마존에서 만든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가 있다. 여느 편의점과 똑같이 제품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지만, 점원이 바코드를 찍거나 셀프 계산대를 이용할 필요도 없이 집에서 가지고 온 에코백에 물건을 담아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미 사전에 등록해놓은 카드가 있어 자동 결제가 되기 때문. 로봇이 5분 만에 햄버거를 만드는 미국 ‘크리에이터(CREATOR)’, 로봇 피자 ‘줌 피자(ZOOM PIZZA)’를 비롯해 로봇 셰프가 요리하고 서빙하는 레스토랑이 확산하고 있는 시대다. 안젤라의 오십번째 푸드트립은 로봇 셰프 전성시대와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감성 레스토랑이다.

 

#로봇이 치킨 만들고 사람은 서비스만

서울 논현동 롸버트치킨 입구에 들어가면 왼쪽엔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 가운데에는 두툼한 로즈골드 컬러의 로봇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유일한 사람은 매장 관리자. “어서오세요, 주문은 키오스크를 통해 해주세요”라는 말 이후로는 모든 공정은 로봇이 책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언택트 푸드 비즈니스(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로봇 바리스타, 로봇 셰프, 서비스 로봇 등은 봤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치킨만 튀기는 로봇을 본 것은 처음이다.

치킨 로봇

국내 최초의 로봇 치킨 전문점, 롸버트치킨은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가 야심 차게 시작한 브랜드. 줄곧 금융회사를 다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심사역으로 근무하던 그녀는 2018년 초 스파이스(Spice), 줌 피자, 크리에이터와 같은 미국 로보틱 키친과, 중국에서도 생겨나고 있는 주방 자동화 식당을 보며 국내에도 그런 스타트업이 있으면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당시에 그런 스타트업은 없어서 로보틱 키친으로 인류의 식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직접 창업했다.

로봇은 염지부터 브레딩, 프라잉 등 보통의 후라이드 치킨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거쳐 치킨을 만든다. 깨끗한 170도 기름에서 약 9분 30초간 튀겨내니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바삭한 소리가 들린다.

시그니처 메뉴는 롸버트 후라이드 치킨과 후추후추 치킨으로 웬만한 사람이 튀기는 치킨보다 맛있다. 공정, 동선, 시간 등이 이미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맛에 일관성이 있었고, ‘겉바속촉’ 치킨의 스탠더드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롸버트치킨은 기존의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와 경쟁을 하기 위해 만든 단순 외식 브랜드가 아니다. 로봇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자동화를 통해 동선을 최소화해 치킨 전문점에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만든 프로그램이다. 현재 로봇의 가격은 고가이기 때문에 초기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로봇의 공급단가가 낮아진다면 1인이 운영할 수 있는 치킨 전문점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드립커피를 내리는 로봇바리스타

#오로지 숯으로만 구워내는 원초적 불맛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 중 하나를 꼽는다면 ‘불맛’ 아닐까. 추억의 불맛은 연탄을 태워서 내는 불맛일 테고, 원초적인 불맛은 장작을 태워서 내는 불맛일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불맛은 차콜, 즉 숯을 태워서 내는 불맛으로 고기뿐만 아니라 파프리카, 파, 양파 등 채소도 숯불을 만나면 재료 본연의 맛에 단맛과 고소한 맛을 첨가하게 된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 오픈한 레스토랑 이비티(ebt)는 전기와 가스 없이 오로지 숯으로만 굽는 스페인 조스퍼(Josper) 그릴이 있는 곳이다. 단시간 안에 350~5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육즙이나 채즙이 빠지지 않고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자극한다. 숯에 구운 빵부터 가리비, 새우, 이베리코 뼈등심, 양갈비, 호주산 비프 스테이크, 그릴 야채들을 50개가 넘는 셀렉티드 와인과 함께 만날 수 있다. 호주 레스토랑 키(Quay)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홍콩 조엘 로뷰숑(Joel Robuchon), 영국과 엘본더테이블에서 실력을 쌓아온 노해동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감자’에 비유한다. 어떻게 조리를 하느냐에 따라 고급요리가 될 수 있고, 캐주얼한 요리가 될 수 있는 감자처럼 기본에 충실하되 조스퍼 그릴을 통해 재료의 깊은 맛을 선보이고 있다. 점심에는 2만원대 프리픽스 코스 메뉴, 저녁은 1만원대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옥상에서 즐기는 감성 루프톱 이자카야

루프탑 이자카야

잘되는 레스토랑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대중적인 맛은 기본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나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즉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요리의 비주얼이 훌륭하고, 가격대도 합리적이면 더할 나위 없다. 이자카야 은하수는 위의 모든 조건을 갖춘 강남역 감성 이자카야다. 3층과 4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3층은 음향이 훌륭한 클래식 스피커와 샹들리에가 있는 고급스러운 콘셉트이고, 4층은 파란색 잔디가 있는 캐주얼한 루프톱 콘셉트이다. 강남역보다는 신논현역에 더 가깝게 자리 잡고 있어 랜드마크인 교보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저녁이 되면 화려한 별이 빛나기 시작하는데, 시그니처 메뉴인 숙성 사시미, 트러플크림 고로케, 은하수 토마토 해산물 수프와 샴페인 한 잔을 곁들이면 이만한 휴식이 없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도 ‘여유’, ‘휴식’, ‘만끽’ 등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만큼 기억에 남는 요소는 없다. (*안젤라의 푸드트립은 오십번째 여행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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