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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발레의 여신’… 라카라의 압도적 무대 아직도 잔상

입력 : 2020-02-09 21:08:36 수정 : 2020-02-10 09: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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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 리뷰 / ‘파인딩 라이트’ 국내 초연작품서 / 英 골딩과 이인무 완벽 호흡 선봬 / 2부 ‘백조의 호수’서도 기량 뽐내 / 국내외 유명 무용수 12명도 출연 / 최영규·강효정 등 열연 갈채받아 / 창작레퍼토리 ‘춘향’도 반향 불러 / 설립자 문선명 총재 탄신 100돌 기념 / 유니버설발레단의 성과 과시해
클래식·모던·드라마 발레의 정수를 보여준 지난 8일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이 ‘발레’의 다양한 정수를 모아 선보인 ‘스페셜 갈라’ 주인공은 단연 루치아 라카라였다. 과장 없이 무대에 등장한 지 3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왜 ‘신이 내린 몸매’, ‘발레여신’이라는 찬사가 라카라에게 부여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1975년 스페인 출신으로 세계 최정상급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발레단과 바이에른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정상의 발레리나로서 명성을 쌓아온 라카라. 그녀는 지난 8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갈라 1, 2부에서 절정의 기량으로 현대무용과 클래식발레를 선보이며 ‘발레 여신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객석을 매료시켰다.

 

라카라가 먼저 선보인 작품은 대만계 미국 안무가 에드워드 리앙의 ‘파인딩 라이트’. 국내초연인 이 작품에서 라카라는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진 무대에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매슈 골딩과 함께 등장했다. 비발디 협주곡의 서정적 선율에 맞춰 라카라는 세계 투어 중인 파트너와 완벽한 호흡의 이인무를 선보였다. 특히 그의 긴 다리에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동선이 돋보였다. 뚜렷하면서도 섬세한 동작으로 마치 허공에 선을 그은 것처럼 잔상이 남는 라카라의 춤은 그 경지가 다른 차원에 속한 것처럼 느껴졌다.

 

클래식·모던·드라마 발레의 정수를 보여준 지난 8일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에서 ‘발레여신’이라는 찬사를 받는 루치아 라카라 전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수석무용수와 매슈 골딩 전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가 ‘파인딩 라이트’를 국내 초연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라카라는 2부에선 자신을 대표하는 레퍼토리인 ‘백조의 호수’ 중 백조 파드되로 클래식발레의 진수를 보여줬다. 라카라가 발레를 위해 신이 내린 몸매를 지녔음은 그녀가 무대 한쪽에서 백조로 등장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팔로 만들어낸 날갯짓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됐다.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유연한 팔 동작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모두 경탄했다. 이어지는 그녀의 서정적이며 우아한 춤은 40대를 넘어선 발레리나가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라카라를 필두로 국내외 12명의 탁월한 주역 무용수가 무대에 선 이 날 갈라에서 존재감이 돋보인 또 다른 스타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최영규였다. 주최 측 대표 격으로 더욱 향상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짝을 맞춰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와 ‘사타넬라’ 중 베니스 카니발 등을 공연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군무단원으로 입단한 지 4년 반 만에 수석무용수까지 거침없이 올라간 최영규의 도약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했으며 연속회전은 탄탄했다. 모처럼 선 고국 무대에서 아낌없이 실력을 보여준 발레리노에게 객석은 큰 갈채를 보냈다.

 

 

우리나라 첫 민간발레단으로서 36년의 역사를 쌓아 온 유니버설발레단 설립자 문선명 총재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이번 갈라의 뜻깊은 초청 스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강효정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과 같은 담장 안에 있는 선화예술고등학교 출신인 강효정은 역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제이슨 라일리와 함께 이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 그리고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자랑인 ‘오네긴’의 마지막 회환의 파드되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오네긴은 강효정에 앞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오랫동안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대표작이자 은퇴작이다. 제이슨 라일리는 강 단장 은퇴무대에서도 오네긴을 맡았던 무용수다. 강효정은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오네긴의 고백을 뿌리친 후 절규하는 타티아나로서 드라마 발레 명작의 가장 격정적인 장면을 열연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날 갈라 무대에서 창작레퍼토리 ‘춘향’도 공연했다. 강미선·이현준 수석무용수가 감옥에서 다시 만난 춘향과 몽룡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이인무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쟁쟁한 해외명작과 나란히 선 무대에서도 돋보이는 춤과 음악은 그동안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 발레 문화를 일궈온 유니버설발레단의 성과를 과시하고 남았다.

 

루치아 라카라와 매슈 골딩이 유니버설발레단 군무진과 함께 선보인 백조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은 현대작으로는 미국 조프리발레단을 설립한 현대무용가 제럴드 알피노의 ‘로스, 리코디 퍼 두에’도 이날 처음 무대에 올렸는데 알렉산드르 세이트 칼리예프와 호흡 맞춘 최지원 솔리스트의 춤이 아름다웠다. 역시 느린 선율의 알비노니의 G단조 아다지오가 흐르는 무대에서 ‘어머니(루스)’에 대한 기억과 감정의 경계선을 풀어낸 최지원의 춤은 이보다 앞서 공연된 라카라의 ‘파인딩 라이트’와 비슷하면서도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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