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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슬그머니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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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4 22:43:02 수정 : 2019-12-04 22: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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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후 비용 부담 불가피… 국민 설득할 시간 얼마 없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달 28일 제주도에서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인 내년 3월 이후 추가비용을 보고 전기요금 인상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7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향후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정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주 실장은 이날 오전 8시10분쯤 제주도 LNG 생산기지 준공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타고 있던 버스에 예고없이 나타나 이 같은 폭탄 발언을 했다. 뜬금없는 자리였지만, 준비된 폭탄이었다.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이 지난 10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해 만료되는 각종 전기료 특례할인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한전과 논의한 바 없으며 (김 사장 발언이)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정부 태도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브리핑에서 “당분간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자, 산업부가 부랴부랴 설명자료를 내고 “내년 상반기 중 전기요금 조정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선 것.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발언을 얼른 주워담은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슬그머니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다.

2년 전만 해도 7조1483억원의 흑자를 거둔 한전은 탈원전이 본격화한 지난해 1조1745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에는 9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한전 사장이 전통시장 할인,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할인 등 올해 말 일몰되는 특례할인 폐지 카드를 꺼내며 정부에 반기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적자가 계속 불어나면 한전은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2018년 적자 원인과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받기도 했다. 한전 국내 주식의 25%가량이 외국인 주주이고, 발행주식 총수의 5.56%가 뉴욕증시(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애초에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두 배 이상 비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면서 5년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덴마크나 독일 등 선도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국가의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와서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다.

사실 ‘탈(脫)원전 정책’이 아니더라도 미세먼지 감축과 기후변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깨끗한 에너지는 비싸고,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쯤은 국민들도 안다.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비용부담을 에너지 공기업들이 떠안아 대규모 적자를 내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도 체득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이런 현실을 부정하며 전기요금을 억지로 눌러왔다는 것이다. 그나마 늦게라도 ‘청구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지 않고 임기 중에 현실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 시기 역시 내년 4월 총선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전기요금이 총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전기요금 인상을 부인하며 지나온 2년 반, 이제 솔직하게 국민을 설득할 시간 2년 반이 남았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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