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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무대서 흥행 희망… ‘K발레’ 새로운 미래 열 것”

입력 : 2019-09-09 06:00:00 수정 : 2019-09-08 2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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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35주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 / 본고장 佛서 열연 / ‘백조의 호수’ 4회 공연 모두 매진 / 35년 성장한 ‘심청’ ‘춘향’ 한국의 매력 보여줄 명작 / 발레보다 어려운 건 경영 / 시스템·교육이 생명 / 관록과 함께 변화 추진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에겐 ‘영원한 지젤’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불멸의 명성을 지닌 러시아 키로프발레단(현 마린스키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지젤’역을 맡으며 갈채를 받은 후부터다. 해외 명문 발레단에서 ‘꽃길’을 걸을 수 있었던 문 단장은 1984년 21세 한창나이에 유니버설발레단(UBC) 창단 멤버로 귀국해 척박한 국내 무대에서 민간 발레의 꽃을 피워왔다.

문 단장이 인생을 바친 UBC가 창설 35주년을 맞았다. 발레 역사가 시작된 프랑스 파리에선 지난 6월 세 번째 공연을 성공시켰다.

“이전 파리 공연은 우리가 준비해 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 부담했지만 이번엔 현지 기획사가 처음으로 초청한 무대였습니다. UBC가 현지에 많이 알려진 단체가 아닌데도 3000여석 4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습니다. 기획사가 당장 ‘내년에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초청했는데 이미 내년 일정이 꽉 차 내후년으로 미루려 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백조의 호수’ 4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킨 후 10월 창작 발레 ‘춘향’과 ‘심청’ 공연을 준비 중인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하상윤 기자

문 단장은 이번 파리 공연의 최대 성과로 “해외에서 UBC 흥행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난 것”이라며 “머지않아 우리 발레단이 적자 보지 않으며 해외로 진출하는 날이 오리라는 미래가 보였다”고 말했다.

문화의 중심이자 근대 발레가 시작된 파리에서 UBC 공연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특유의 섬세함과 철두철미함 때문이다. 문 단장은 “가서 보니 무대 커튼이 바닥까지 완전히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면 막 전환 시 무대가 보이는데 그럴 수는 없어서 그 엄청 긴 커튼 끝에 급히 구한 천을 잘라서 일일이 붙였다. 의상 실밥 하나도 안 보이게 일일이 신경 썼는데 공연이 끝난 후 현지 관계자가 ‘섬세한 것 하나하나 다 챙기는 것이 놀랍다’고 하더라. 최고의 무대를 보이기 위한 기본인데 다른 단체들은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리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성공시킨 UBC는 10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창작 발레 ‘춘향’과 ‘심청’을 연이어 선보인다. 춘향은 2007년, 심청은 1986년 초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영혼’이자 우리나라 발레의 ‘보석’이다. 문 단장은 “심청은 발레단과 함께 성장한 작품이다. 이미 30년 넘은 역사를 지닌 고전이 됐다. 또 춘향은 창작음악을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바꾼 데 이어 지난해 연출과 무대 등을 새로 꾸민 이후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발레단 35년 역사의 결실”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문 단장은 수석무용수 생활 10여년 만인 1995년부터 발레단장을 맡아왔다. 문 단장은 “일은 사람이 하나 인사가 만사다. 조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좋은 제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 개인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조직을 바꾸는 건 더 어렵다. 발레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경영은 더 어려웠다. 경영을 잘하는 것도 예술”이라고 말했다.

20여년 경영자로서 쌓은 경험에 관해 묻자 문 단장은 한참 생각 후에 ‘시스템’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의 소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리고 조직은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부닥치는 건 개개인 문제일 수도 있으나 결국 잘못된 조직 탓에 사람이 부닥칩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고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조직원이 한 방향을 보게 해야 하는데 교육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문 단장은 “오래된 조직일수록 변화가 어렵다. 35년 역사에 좋은 자산도 생겼지만 ‘타성’ 같은 나쁜 점도 쌓인다. 무용수가 매일 거울을 보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가듯 지난 수년간 그런 걸 거둬내고 새로운 문화를 조직에 정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조직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변화란 게 그리 간단치 않은 것이어서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난 6월 파리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우리처럼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정성 들여 공연하는 단체가 그다지 많지 않구나’하고…. 예술에 종사하고, 예술을 섬기고, 예술을 선사하는 단체.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비전이며 모든 단원의 심정입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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