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교육부를 떠난 뒤 세종시 성남고 교장으로 재직하다 친정으로 다시 돌아온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박 차관은 ‘농담’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왜 학교 현장에서 교육당국(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해 불만과 불신이 팽배한지 이유가 궁금했는데 일선 고교 교장으로 있는 동안 알게 됐다”며 공무원들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현장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선 학교에선) 교육부는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교육청에다 건의나 제안을 하는 것부터 어렵게 생각한다”며 “이는 아마도 (일방적인) 규제와 지시, 명령 등 위주의 행정 탓이 아니겠느냐. 이런 것을 빨리 탈피해서 도와주고 뒷받침해주는 행정을 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원칙’을 앞세워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전화하는 사람은 2~3번 망설이다 질문이나 제안을 하는 것임을 헤아린 뒤 거절이든 수용이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또 ‘교육부 내에 자기 담당 업무가 아니면 관심을 끄거나 책임지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것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전에는 주요 교육정책을 놓고 부처 간에 활발하게 토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자기 (소신껏) 의견과 주장을 내고 깨지기도 하는 사람이 유능하다는 평을 들었으나 일과 조직이 세분화하면서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고 동의한 뒤, 그런 문화를 바꾸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정부 당시 무리하게 밀어붙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경험을 전하며 “대학정책실장할 때 국정교과서는 내 업무가 아니었지만 (교육부) 장관의 선택(판단)을 도와야 하는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아닌 건 아니다’고 말씀 드린 것”이라며 “민간도 그렇지만 공직 사회에서도 아무리 위에서 시킨다고 부당한 지시, 위법·불법 명령에는 불복종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따랐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유치원의 공공성과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담은 ‘유치원 3법’이 자유한국당과의 의견 차이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진한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그는 “유치원 문제는 원아 학부모뿐 아니라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조부모 등 다른 가족들의 일이고, (미래 학부모가 될) 젊은 사람들에게는 닥쳐올 과제이기도 하다”며 “미래를 보고 유아교육이 더 잘 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 유치원 원장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산적인) 논의를 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거(원래)부터 유치원은 사유재산이고, 이런 문제는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한 정부 탓이 크다’는 얘기에만 머물러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