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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경탄 오간 150분…자하로바의 ‘라 바야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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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5 16:47:12 수정 : 2018-11-05 16: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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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불공평한 예술이다. 타고난 신체 조건이 잔인할만큼 중요한. 세기의 발레리나로 꼽히는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 말이 뇌리에 맴돌았다. 자하로바는 ‘신이 내린 몸’이란 표현 그대로였다. 그가 춤출 때마다 천상으로의 비상을 꿈꾼 고전발레의 이상이 지상에 구현되는 듯 했다. 중력을 벗어난 듯 사뿐한 춤사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선은 만사를 잊고 무대에 몰입케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자하로바는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UBC·세종문화회관 공동기획으로 열린 발레 ‘라 바야데르’ 무대에서 별처럼 빛나는 존재감을 선보였다. 백미는 3막이었다. 하얀 튀튀를 입고 솔로르의 꿈에 등장한 그는 튀튀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173㎝의 키, 인형처럼 긴 팔다리, 갸냘프지만 강인하고 날렵한 몸은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독보적이었다. 비현실적 아름다움에 볼쇼이 수석다운 탄탄한 테크닉, 탁월한 유연성까지 더해지자 그가 그리는 선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무대 위는 그대로 아득한 꿈, 환상 속 이(異)세계로 바뀌었다.

1막 등장 장면도 인상 깊었다. 브라민이 니키아의 베일을 벗기는 순간 주위에 둘러선 이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휘둥그레진다. 자하로바의 니키아는 이 장면을 더할 나위 없이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2막에 죽다니’하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2막 니키아 바리에이션에서는 애절하고 서정적인 표현력이 빛났다. 연인의 결혼식에서 춤추는 동안, 비정한 하늘을 올려보다 옛 연인에게 호소하는 눈빛에서는 안타까움과 비탄, 애원이 묻어났다. 워낙 가녀리다보니, 상대적으로 감자티 공주와의 대립 장면은 박진감이 덜했다.

이날 자하로바의 파트너였던 볼쇼이 수석무용수 데니스 로드킨(27)도 명성 그대로 가뿐하고 깔끔한 테크닉을 선보였다. 특히 높이 뛰고 돌 때조차 그림 그리듯 우아한 선을 유지하는 춤사위가 단연 인상적이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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