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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의 왕자’ 된 김기민, 사뿐 하늘을 날다

입력 : 2018-04-15 22:37:53 수정 : 2018-04-15 22: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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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위에 사뿐 올라탄 듯한 김기민(26)표 점프는 여전했다. 자신의 실수로 지젤을 잃고 뒤늦게 후회하는 표현력도 발군이었다.

15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지젤’ 무대는 ‘마린스키의 왕자’ 김기민의 실력을 실감케 했다. 1000석에 조금 못 미치는 객석을 매진시킨 관객들은 김기민의 몸짓에 감탄하며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김기민은 시골 처녀 지젤과의 사랑부터 무덤가에서 윌리들의 저주로 탈진하기 직전까지 춤을 추다 마지막 참회의 눈물을 쏟는 장면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며 보는 이를 사로잡았다. UBC의 군무도 안정적으로 공연을 뒷받침했다.

김기민은 지난해 11월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발레단의 내한 무대에서 선보인 ‘백조의 호수’에 이어 약 5개월 만에 고국 관객과 만났다. 지젤을 맡은 파트너는 같은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인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였다. 김기민이 국내 단체의 무대에 선 것은 2010년 UBC ‘라 바야데르’ 공연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이번 공연 전 일정 때문에 2~3시간 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해야 했지만 무대에서는 보는 이가 알아채지 못할 만큼 훨훨 날았다.

김기민은 이번에 바쁜 일정을 쪼개 UBC와 함께 했다. 공연이 끝나면 16일 하루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미국 ‘돈키호테’ 공연을 위해 떠난다. 이어 러시아, 오스트리아 빈, 일본 공연이 예정돼 있다. UBC 관계자에 따르면, 발레단 측에서는 김기민에 ‘유니버설아트센터가 작고 라이브 연주가 힘든 무대’인데 괜찮을지 우려를 표했으나 김기민은 흔쾌히 ‘문제 없다’고 답했다. 유니버설아트센터의 경우 서울 광진구에 위치해 공연 중심가와 다소 거리가 있는데다 오케스트라 현장 연주가 힘든 한계가 있다. 국내 관객과 만난다는 점, UBC와의 깊은 인연 등이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기민이 10대 학생이던 시절 UBC 문훈숙 단장은 그의 재능을 높이 사 이례적으로 큰 무대를 맡겼다.

공연이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언론과 만난 김기민은 “시차 적응 등 때문에 두 시간 밖에 잠을 못 잤는데 파트너와의 호흡, UBC와의 호흡이 좋아 힘들지 않게 잘 마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함께하면서 어려움 없이 끝내 역시 유니버설발레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힐라리온을 맡은 UBC 수석무용수) 동탁 형과는 어제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학창 시절 같이 자장면을 먹던 것이 생각나 연기하다 웃었다. 함께해주셔서 후배로서 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서는 무대는 언제나 더 많이 긴장된다”며 “아는 사람도 많고 제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있게,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민은 그럼에도 한국 무대에 항상 서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문훈숙 단장님이 절 좋아하셔서요. 또 불러주시겠죠”라며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로도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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