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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지원 “배역 욕심과 편견 버리고… 마음을 담았습니다”

입력 : 2017-07-30 20:42:27 수정 : 2017-07-30 20: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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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주역 맡은 발레리나 최지원 /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8년차… 세 번째 주역 / 177㎝ 큰 키 장점이자 단점… 몸중심 강화 노력 / 2013년 부상 극복 후 즐겁게 춤추는데 집중 / “외형 넘어서서 사람들에게 울림 주고 싶어요” ‘키다리 발레리나.’ 유니버설발레단(UBC) 솔리스트 최지원의 첫인상이다. 그를 보면 177㎝의 큰 키에 가는 몸집, 연하고 선한 이목구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UBC 수석무용수들에 비해 아직 관객에게 낯선 이름인 그가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는다. 8월 4∼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백조와 흑조를 연기한다.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을 맡은 솔리스트 최지원은 “마음을 담아 추는 춤은 관객에게도 보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UBC 제공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힘든 연습으로 살이 쭉 빠진 모습이었지만 “발레리나들이 꼭 하고 싶어하는 몇 가지 역 중 하나를 맡아 무척 좋다”며 웃었다.

올해 입단 8년차인 그는 주역 무용수로서 갓 발을 뗐다. 지난해 4월 충남 천안에서 같은 역으로 주역 데뷔하고 12월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를 연기한 후 이번이 세 번째 주역 무대다. 그는 ‘백조의 호수’에 대해 “춤추는 양이 많고 기술적으로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손끝 하나, 눈빛마저 백조나 백조인 척하는 흑조를 표현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백조의 호수’가 워낙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저만의 특별한 오데트와 오딜을 만들고 싶어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춤추면서 속으로 저만의 대사를 계속 생각해요. 실제 (팔을 포개며) 이런 동작만 하는 것과 속으로 ‘너 이제 나한테 넘어올 거야’ 생각하는 건 진짜 다르거든요.”

외모만 놓고 보면 그에게는 백조가 잘 어울린다. 강렬한 흑조와는 거리가 있다. 천안 공연 당시 그가 신경 쓴 점도 흑조로의 변신이었다. 그는 “친구인 발레리나 (신)승원이가 천안 공연을 보고 ‘흑조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다’고 말해 기뻤다”며 “그래도 백조가 큰 새라서 제 긴 팔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가 팔을 펼치면 우아한 백조가 날아가는 것처럼 시원시원하다. 

그는 발레리나로서 꽤 큰 편이다. 보통 발레리나들은 168∼170㎝의 키가 많다. 큰 키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제 키에 이상적인 남성 파트너는 190㎝가 넘어야 해요. 발끝을 세우면 10㎝ 넘게 커지니까요. 몇 동작에서는 제 팔을 남성 파트너에 맞게 일부러 구부려야 하죠. 하지만 이번에 같이하는 (이)동탁이도 키가 크고 파트너십이 좋아 어려움은 전혀 없어요. 대신 긴 장대의 끝을 잡으면 출렁출렁하고 힘드니까, 제 몸의 중심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키가 크면 똑같이 움직여도 길고 느려 보여요. 남보다 순발력 있게 해야 같아보인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죠.”

그는 “길어서 휘청대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며 “긴 라인에서 오는 아름다운 선만 돋보일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는 쭉 키가 컸다. 처음 발레를 배울 때도 재능보다 신체조건에 대한 언급을 더 많이 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UBC ‘호두…’를 보고 반해 발레를 시작했다.

“아직도 분홍 튀튀를 입고 두 발로 자잘하게 떠가던 발레리나가 생각나요. 밑에 기계가 있어서 그렇게 지나가는 줄 알았어요. 두 달 동안 엄마를 졸라서 발레 학원에 가는 데 성공했죠. 그때는 신체 조건에 비해 실력이 따라가지 못해 뒤처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그게 원동력이 돼 열심히 했어요.”

그는 “중학교 입학 때 20명 중 꼴찌로 문 닫고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10등, 3등 식으로 점점 실력이 늘었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발레 인생에 전기가 찾아온 건 UBC 입단 후였다. 2013년 그는 고관절을 크게 다쳐 10개월간 발레를 아예 못 했다. 앉아만 있어도 아팠고 걷기조차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발레를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처음 보는 분 앞에서 눈물이 막 흘렀어요. 발레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는데 못한다고 하니…. 재활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다시 춤출 수 있을까.’ ‘춤을 못 추면 어떡하지.’ 그러고 복귀하니 정말 좋은 거예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는 “전에는 캐스팅에 욕심냈다”며 “또 내 이미지에 아담한 소녀는 안 어울리니 제약이 많을 거라 여겼다”고 말했다. 복귀 후에는 이런 흔들림에서 벗어났다. 오직 즐겁게 춤추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자 오히려 좋은 역이 들어왔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편견에서도 벗어났다. 언젠가부터 그는 ‘외형보다 춤 자체가 보이는 발레리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상에 인형 같은 발레리나는 소수이고 다들 단점을 갖고 있음에도 그들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건 외형을 넘어서서 춤이 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저도 그런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사실 무대에서 짜인 안무를 끝내면 그만이지만,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진실한 마음을 담고 싶어요. 허투루 팔다리 움직여서 추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담아서 추면 그게 다 보인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직해지려면 매순간 진심을 담아 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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