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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에 압박 가할 시점"…'남북대화 모드' 불만 표출

입력 : 2017-07-18 18:42:59 수정 : 2017-07-18 18: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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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북회담’ 제의에 韓·美 엇박자 우려/백악관 등 전폭적 지지 안 밝혀/ 남북회담, 北에 활로 제공… 시각도/ 정부 “美와 사전협의”… 이견 일축/“본격 대화 아닌 긴장완화용 접촉” 우리 정부가 남북회담 제의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했다는 설명과 달리 미국 정부가 사실상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한·미 간 대북 공조 엇박자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는 18일 우리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오히려 대화 조건 불충족을 언급하면서 현재 대화가 아니라 압박을 가할 시점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 발사해 대북 압박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북회담은 북한에 활로(活路)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 등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을 전제로 조건 없는 대화를 이야기한 바 있다. 북한이 ICBM 발사라는 추가 도발을 한 상황에서 나온 대북 회담 제의에 대해 미국 측이 논리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미의 대북공조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미·중 간 갈등 탓에 북한의 ICBM 발사를 비판하는 의장성명도 채택되지 않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 군사회담·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에서 그간 분명히 바란 것은 ‘제발 서프라이즈하지 말라’는 것인데 백악관의 반응은 굉장히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서 잘 만든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갈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이든 미국 내부이든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분명히 있어 보이고, 문재인정부 대화제안이 굉장히 제한적인 대화임에도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습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간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회담제의에 대해 미국과 사전협의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안보리 차원의 대응 조치 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협의 과정에서 남북회담 제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우리 정부와 같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한·미 간 시각차를 일축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제의) 발표 이전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충분한 설명이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미 간 (인식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도 본격적 대화 조건이 마련됐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제의한 회담이 북한과의) 본격 대화는 아니고 남북 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초기적 단계의 접촉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미 정부가 확인한 대북 대화 조건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핵 동결과 비핵화로 나아가는 방향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이번 대북 회담 제안은 본격적인 대화가 아닌 초기 단계의 접촉으로 구분된다는 설명이다.

한반도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 대통령의 드라이빙이 성공하려면 결국 미국 등 우방국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미국과의 협의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외교안보부처 핵심에는 미국통이 부재해 한·미 조율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다.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석에 앉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이를 여러 번 피력했는데 이는 미국의 블레싱(blessing·축복)을 받으면서 앉겠다는 것”이라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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