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의 시작이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 ‘슈퍼맨’(감독 제임스 건)은 제임스 건이 이끄는 DC유니버스의 첫 영화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슈퍼걸’과 재구성될 배트맨·원더우먼 프로젝트를 포함해 DC유니버스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지난 수년간 관객들이 가장 기대한 슈퍼히어로 영화이자, 할리우드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블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 시리즈와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을 성공시킨 제임스 건이 DC스튜디오 대표로 옮긴 후 내놓은 첫 신작이기도 하다.
제임스 건이 발탁한 새로운 슈퍼맨, 데이비드 코런스웻(31)은 영화 ‘트위스터스’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다. 크리스토퍼 리브, 톰 웰링, 브랜던 라우스, 헨리 캐빌 등 역대 슈퍼맨들의 외모를 한 구석씩 닮은 고전적인 미남. 그가 연기한 슈퍼맨은 ‘올곧은 히어로’. 거대한 괴물과의 결투가 한창일 때도 틈을 노려 다람쥐를 구조할 만큼 세심하고,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친절한 청년이다.

2억달러(약 2730억원) 이상 제작비를 쏟은 것으로 알려진 작품답게 시청각적 즐길거리는 그 어떤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풍부하다. 주머니 우주의 공간 디자인은 매혹적이고, 슈퍼맨과 ‘저스티스 갱’이 골리앗처럼 거대한 괴물을 무너뜨리는 장면, 액션 전반의 활력과 스피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아쉬운 건 유머의 부재다. 영화 전반의 유쾌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건이 ‘가오갤’ 시리즈에서 선보여 사랑받았던 유쾌한 상황극과 재치 넘치는 대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통제불가능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슈퍼맨을 구하는 반려견 ‘크립토’가 몇 차례 너털웃음을 짓게 할 뿐이다.
올 초 개봉한 마블 두 영화가 흥행 참패해 손실을 입은 것에서 보듯 슈퍼히어로 영화가 더 이상 흥행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기지만, ‘슈퍼맨’은 국내 관객들의 초반 기대를 끄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슈퍼맨’은 선예매 관객 7만7000여명을 동원, ‘쥬라기 월드: 새로운 세계’를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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