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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무계획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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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5 22:48:22 수정 : 2025-07-15 22:48:21
우상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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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
원화 발행 땐 디지털 금융혁신
여유 부리면 주도권 다 빼앗겨
구체적 로드맵 마련 서둘러야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달궈지기 시작한 한국 증시가 최근 들어 폭염보다 더 강렬한 기세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고 있다. 머지않아 코스피 역대 최고치인 3316.08(2021년 6월25일)도 갈아치울 기세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상법 개정안,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한국 기업들이 이제는 제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닌데,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환호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시중 자금의 흐름을 부동산이 아닌 증시로 돌려놓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업들이 하반기 반등에 성공해 ‘어닝 서프라이즈’에 줄줄이 성공하면 주가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우상규 경제부장

증권시장의 기분 좋은 이야기에 다소 묻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금융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 또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허용 문제다. 디지털 금융 혁신의 문을 여는 것이지만, 기존 통화정책과 금융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는 문제다. 큰 기회이자 큰 불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이지만 그 가치가 달러나 원화 등 특정 화폐에 고정돼 있어 사실상 ‘디지털 화폐’로 쓰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국내 결제시스템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나 글로벌 결제 플랫폼과의 연동이 쉬워지면서 한국의 디지털 경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결국 시장은 더 안정적인 달러 기반 코인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통화 주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그동안 한은은 은행 이외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한발 뒤로 물러나 절충안을 내놓았다. 핀테크 기업 등 비은행 민간업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때는 관련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령인 지니어스법상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를 예로 들고 있다. SCRC는 신규 스테이블코인을 심사하는 독립적인 위원회로 미 재무부 장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으로 구성돼 있다. 지니어스법은 비금융 상장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고 할 때 SCRC의 만장일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제도든 올바르게 설계되면 시장에 유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빈틈없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허용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지, 발행 후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공이 신뢰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결제시스템은 신용카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그 자리를 스테이블코인이 잠식하거나 대체할 수도 있다. 자본 유출과 환투기 세력에 노출될 위험성도 있다. 케이팝 저작권 수익, 굿즈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느긋하게 손 놓고 있다가 주도권을 모두 빼앗기게 되면 손실이 너무 크지 않을까.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로 널리 알려진 명언이 있다. “계획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이다.”


우상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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