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돌아본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

입력 : 2023-01-29 14:00:00 수정 : 2023-01-28 21:35: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2022) 포스터.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이 2022년 1월 국내 영화관을 접수했다. 지난 1월 4일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2022)는 1월 26일까지 167만여 관객을 동원해 170여억 원을 벌어들였다. 개봉관 수도 거의 줄지 않았고, 1일 상영 횟수는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 한동안 흥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흥행 상황을 보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새삼 실감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일본영화 중 애니메이션의 비중은 매우 크다. 1998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던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은 개방 시기가 늦춰질 만큼 그 영향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식되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배급사 측은 이 영화의 현재 흥행 기록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5위라고 밝혔다. 흥행 순위 1~4위 애니메이션 영화는 순위대로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2016), ‘하울의 움직이는 성’(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2004),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202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2002)이다.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2016) 포스터.

 

모두 익숙한 제목의 영화들이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가 2편이나 올라있는 것도 새삼스럽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고, 드디어 애니메이션도 개봉이 가능해지면서, 마침 제52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002년에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다. 현재까지도 가오나시 등의 캐릭터 이름이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영화가 법적으로 수입조차 불가하던 시기에도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이미 높았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고, 거의 실시간으로 하야오 감독의 새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하면서 그 명성이 확인된 셈이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2002) 포스터.

 

이후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천공의 성 라퓨타’(1986), ‘모노노케 히메’(1997) 등이 연달아 개봉했다. 예상만큼의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소문으로만 접했던 옛 영화의 개봉이라 많은 관심을 끌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새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원작 만화책을 영화화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도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1천만 관객 같은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만화책의 인기가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이어져,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더욱 흥미로운 기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2021년 연간 박스오피스를 보면,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215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전체 순위 7위에 올랐다. 1위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감독 존 왓츠, 2021)이 2020년 말 관객까지 포함해 7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2위인 ‘모가디슈’(감독 류승완)가 345만여 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꽤 큰 흥행 규모라는 걸 알 수 있다. 

 

2022년 연간 박스오피스에서도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이어졌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감독 타카하시 와타루)가 28위(83만여 관객)에 올랐는데, 뒤이어 ‘극장판 주술회전’(감독 박성후)이 35위(66만여 관객)에 올랐다. 58만여 관객을 동원한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감독 유야마 쿠니히코)와 49 만여 관객을 동원한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감독 미츠나카 스스무)도 각각 37위와 39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위 영화들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이유를 단순히 원작 만화의 인기로만 볼 수는 없다. 1990년대 원작 만화책을 보고, 이후 VHS와 TV를 통해 시리즈를 본 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면도 있지만, 옛 기억이 없는 관객들 역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영화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영화로 다가가는 중이다.   

 

지난 몇 년, 영화관에서 멀어진 관객층과 OTT를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변화 속에서 영화관, 개봉 영화의 생존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봉 영화는 압도적인 스펙터클 영상미가 강점인 블록버스터 영화와 기본 관객층을 공략하는 작은 영화로 양분되는 경향도 보인다. 꾸준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흥미로운 이유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