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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매에서 근대 이후 만들어진 신발 중 가장 비싼 신발이 나왔다. 오른쪽 신발 한짝 낙찰가는 4만3750유로(약 5800만원)에 이른다. 신발의 원래 주인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다. 그의 침실 몸종이 친구에게 건넨 것을 후손들이 지금까지 보관해 왔다고 한다. 앞쪽은 실크, 뒤쪽은 염소 가죽이고, 뒷굽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만들어진 지 줄잡아 230년 넘어 색이 바랜 신발이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만큼이나 의미는 특별나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1세와 오스트리아제국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사이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와 혼인한 후 파리 베르사유 궁전의 여주인이 됐다.

그가 17년 동안 살았던 베르사유 궁전. 화려한 대리석, 아름다운 정원 등으로 꾸며진 호사스러운 궁전이다. 진시황의 아방궁이 그럴까. 거울의 방, 풍요의 방, 비너스의 방, 헤라클레스의 방, 마르스의 방, 아폴론의 방…. 방마다 금빛이 찬란하고, 천장과 벽에는 값어치를 따지기 힘든 그림이 새겨져 있다. 화려한 정원을 꾸민 사람은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다. 루소의 자연주의를 그곳에 옮겨 놓고자 했다고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프랑스혁명의 물결이 덮치면서 그의 운명도 바뀌었다. 헐벗은 파리 시민들. 그의 화려한 삶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프랑스혁명 전쟁이 벌어지던 1792년 8월 도망하던 왕비는 잡혀 튈르리궁에 유폐되고, 이듬해 10월 단두대에 올랐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38년 삶은 그렇게 끝났다. 남가일몽이다. 파리 시민은 왜 왕비에게 분노했을까. 이런 말을 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게 아니냐.” 두고두고 회자하는 역사적인 말이다. 굶주린 파리 시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말은 우리나라 누리꾼 사이에도 급속히 번진다. 초역세권 신축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 환상 버리라”고 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한몫했다.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 고삐 풀린 가격은 잡지 못한 채 정부·여당 인사들은 서민 염장 지르는 말을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돌고 돌아 이 땅에 되살아나기라도 한 걸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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