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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초(南靈草). 담배의 옛 이름이다. ‘남쪽에서 나는 신령스러운 풀’이라는 뜻이다. 그 명칭은 인조실록에 나온다. 인조 16년(1638년) 8월 기사, “우리나라 사람이 몰래 남령초를 심양에 보냈다가 청나라 장수에게 발각되어 크게 힐책당했다. 남령초는 일본에서 나는 풀인데….” 이후 18세기에는 가는 곳마다 담배를 심어 잠식당한 밭으로 인해 식량난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담배 전성기다. 끽연가 입장에서는 그때가 호시절이었을까.

지금은? 호시절은 분명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보면 그렇다.

평촌의 한 대학병원. 흡연자에게 병원 직원이 소리친다. “담배는 부스 안에서 피우세요.” 부스 밖에 있던 흡연자는 이렇게 대꾸했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 파스텔시티 흡연부스. ‘담배는 흡연부스에서’라는 글을 새긴 어깨띠를 두른 할머니가 젊은이에게 “흡연부스 안으로 들어가 피우라”고 한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데 그냥 두라”고. 할머니는 미안해하는 투로 말했다. “사정이야 알지만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받았는데 어쩌겠어요.” 공공일자리를 배정받은 할머니로서는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왜 흡연부스에 들어가기를 종용할까.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빼곡히 모여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마스크도 벗은 채. 그토록 위험한 코로나19 무방비 지대도 없을 성싶다. ‘국민 건강 증진’을 외치며 담뱃값을 올린 정부. 그런데 “흡연부스에 모이지 말라”는 경고는 왜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걸까. 흡연자의 시련 시대다.

북한도 금연법을 만들었다. 극장·영화관, 보육·교육·의료·보건시설에 금연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자를 통제한다고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끽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유치원·병원·학교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운다. 왜 금연법을 만든 걸까. 주민 건강을 위해? 그렇게도 주민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경제를 살려 영양실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국민 건강’ ‘주민 건강’ 구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믿을 수 없는 말잔치일 뿐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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