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호원칼럼] ‘거짓의 탑’을 쌓는 정치

관련이슈 강호원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0-11-03 00:01:25 수정 : 2020-11-03 00:01: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간은 얼굴을 붉히는 동물이다”
독립성 허물며 ‘검찰개혁’ 외치고
나라 빚더미에 올리며 ‘청년 미래’
말하는 文정부는 어떤 얼굴인가

정치인이 쏟아내는 말은 화려하다. 개혁·공정·민생·혁신…. 내일이라도 유토피아가 도래할 듯하다. 과연 믿어도 될까. 정치인 머릿속도 그럴 것이라 덜컥 믿었다가는 무슨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프랑스의 정치 9단인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한 말조차 믿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믿는 사람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 저잣거리보다 못한 곳으로 변한 정치판에서 도학자처럼 살 수는 없다 해도 거짓도 정도껏 외쳐야 한다. 상식의 기준조차 내동댕이친 채 억지 주장으로 잘못을 숨기고 상대를 공격한다면? 그런 정치는 사회악일 뿐이다. 왜? 멀쩡한 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고통의 바다’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검찰개혁’. 개혁이란 무엇일까. 공정한 사법권의 집행. 개혁을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지향해야 할 지고의 가치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똑같다. 아전인수의 사법권이 판치는 사회. 그런 곳에는 불신과 갈등만 들끓는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조건을 갖춘다면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어떨까. 입만 열면 검찰개혁을 외치는 대통령과 법무장관, 여당 지도자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개혁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아하다. 추미애 법무장관부터 그렇다. 검찰 인사를 통해 ‘조국 사건’과 청와대의 감찰무마·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치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 간부를 모두 좌천시키고, 관련 조직조차 해체하거나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추 장관 본인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조사하는 수사 라인도 갈아치웠다. 옥중에 갇힌 펀드사기 범죄자의 글을 앞세워 검찰총장 몰아내기에도 나선다. ‘정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일상사로 변해 버렸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그것은 먼 달나라 이야기다. ‘비리를 감추는’ 정치가 검찰을 뒤덮은 마당에 독립·중립성을 어디에서 찾겠는가. 감찰권 남발을 비판한 이환우 검사에 대해 추 장관은 말했다. “커밍아웃 좋고요. 개혁이 답”이라고. 수백 명의 검사들이 ‘추 장관 비판’ 댓글을 달았다. 개혁? 드골의 말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킬 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또 어떨까. 법안 추진 초기만 해도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 말은 휴지조각으로 변할 처지에 놓였다. 비토권을 없애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꼭두각시 공수처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

어디를 봐도 비리에 맞서는 사법권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 것을 검찰개혁·사법개혁이라고 하는가.

민생 구호는 또 어떤가. 국민의 삶은 도탄에 빠져들고 있다. 저성장, 일자리 증발, 부도·폐업 사태, 가계빚 증가, 집값·전셋값 폭등, 세금폭탄…. 이런 일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벌어진 걸까. 아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 경제를 고사시키는 ‘반시장’ 정책이 부른 파탄이다. 그 실상은 고용통계만 놓고 봐도 훤히 드러난다. 일자리가 수십만개씩 증발하는 사태는 이미 재작년부터 시작됐다.

3년여 내내 재정 살포를 한 결과 나라는 빚더미에 올랐다. 젊은 세대가 짊어질 빚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미래가 있을까. 미래가 있다면 잿빛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청년을 33번이나 외쳤다. 진정 청년을 생각한다면 나랏빚부터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간은 얼굴을 붉히는 유일한 동물이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 그러기에 행복한 사회를 꿈꾸고, 진보한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는 그렇지 않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네 탓’만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대전지검 수사관은 이런 말을 했다. “무소는 큰 뿔과 작은 뿔 두 개다. … 작은 뿔은 나눠 달라. 우리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왜 이런 말이 검찰에서 나올까. 그 이유도 드골의 말에서 찾아야 한다. 거짓은 사회를 뒤덮고, 정치는 검찰을 뒤덮고 있다.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