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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같아서” “아가야”… ‘한 번만’ 일어나는 직장 내 성추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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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03 16:02:00 수정 : 2020-08-03 16: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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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상사의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리고 있다. A씨의 상사는 “딸 같아서 그러니 혼전임신을 조심하라”면서 성적인 발언을 했다. 어떤 날은 “많이 힘드냐”고 물으며 A씨의 어깨를 주무르고, 얼굴을 만졌다. 악수를 청하는 척하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누르기도 했다. 손바닥을 긁는 행위는 성적 의미를 담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으로 판단한 바 있다. 불쾌함을 느낀 A씨가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상사는 멈추지 않았다. A씨는 “핵심 임원인 상사에게 밉보이면 그만둘 수밖에 없어 참고 지내왔다”면서 “신고를 고민하고 있지만 증거가 부족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피해 제보 사례를 공개하면서 “제보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딱 한 번만 하는 직장상사는 없다. 반복되는 성희롱과 성추행은 범죄이므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달 받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47건 중 19건(7.69%)이 성희롱·성추행 관련 내용이었다.

 

A씨 외에도 상사에게 “일주일에 성관계를 몇 번 하냐”, “여자는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안 입으면 뱃살 나온다”, “허벅지가 두껍다”는 등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례도 속출했다. 상사가 직책이나 직급이 아닌 ‘아가’라고 부른다거나,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회사 임원이 휴가나 주말에도 수시로 사적인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권력관계에 기반을 두는 직장 내 성희롱은 계속 반복되기 마련이므로 초기 발생 시 즉각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성희롱의 밀행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경우 법원이나 정부기관이 증언만으로도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희롱 상황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 제기 이후 불이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부서장의 갑질과 성희롱에 시달리다 항의한 후 해고된 직장인 C씨는 “계약 기간도 남았고 인사 평점도 높은데 갑자기 생긴 인사평가 시스템으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면서 “정작 가해자는 아무런 징계 없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추행 사실을 보고도 웃고 장난으로 넘기거나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하는 동료들의 2차 가해에 시달리는 사례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성추행을 당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 △피해 사실을 기록하고 증거 남기기 △주변에 도움 요청하기 △목표(사과·징계·피해구제 등)를 명확히 정하기 △교육 등 성희롱 예방에 최선 다하기 등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타파 5계명’으로 정하고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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