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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시달리는 어르신들…“가해자는 대부분 가족” [김기자의 “이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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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15 14:37:03 수정 : 2020-06-15 15: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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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에서만 노인학대 신고 1963건… 2005년(590건) 비해 3.3배 늘어 / 주로 학대하는 사람은 아들(37.2%)이 가장 높게 나타나
[편집자주]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별난 일이 많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고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이 ‘하소연’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특히 소외된 곳에서 누구에게 말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겠습니다. 사연이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007@segye.com)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심각한 ‘노인학대 문제’

 

#1. 돈을 요구하며 어머니를 폭행한 아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지난 8일 광주지법 형사7단독 이호산 부장판사는 존속상해, 특수협박, 존속폭행,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전남에 거주하는 어머니 B(71)씨의 집에서 돈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B씨가 이를 거부하자 주먹과 발로 노모를 폭행해 다발성 늑골 골절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어머니에게 ‘같이 죽자’며 흉기를 들고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장은 형량과 관련해 “A씨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잘못을 뉘우치고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2. 지난 3월, 제주에서는 80세가 넘는 노모를 지속해서 폭행하고, 학대를 일삼은 40대 아들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박준석 부장판사는 상습존속폭행과 노인복지법 위반 등 2개의 혐의로 기소된 C(47)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 등, 총 500만원을 선고했다. 85세인 노모의 기초연금과 정신장애가 있던 친형의 장애인 연금으로 생활하던 그는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이들 탓으로 돌리며 분풀이를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C씨는 벌금형에 그쳤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 횟수가 매우 많으나,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아 피고인과의 갈등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보살피고 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판시했다. 존속폭행은 형법에 의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가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건 아니잖아요”

 

‘고령화 시대의 그늘’.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인학대 사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5일 서울시가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관내 노인보호전문기관들의 운영보고서를 바탕으로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963건이었습니다. 처음 통계를 작성한 2005년(590건)에 비해 3.3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1만명당 13.3건의 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신고가 접수된 피해 노인의 성별 비중을 살펴보면, 여성이 81.5%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학대 행위자의 성별 비중은 남성이 78.3%였고요. 노인을 주로 학대하는 사람은 사례에서처럼 아들(37.2%)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로 배우자(35.4%), 딸(11.8%) 등으로 가족(89.1%)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노인학대는 지속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발생 빈도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67.5%, ‘3개월에 한 번 이상’ 13.8%, ‘6개월에 한 번 이상’ 7.3%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노인에 대한 학대가 확인됐음에도 가해자 대부분이 자식이나 배우자 등 가족이다 보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 자체가 별로 없고, 드러나지 않은 노인학대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까지 3년 동안 신고된 전체 건수 3만7223건 중 실제 학대가 확인된 건은 총 1만2720건으로 34.2%로 나타났는데요. 이처럼 노인 학대 사실이 확인 됐음에도 처벌을 위한 경찰 조사가 이뤄진 건은 431건으로 3.4%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노인학대 사건을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서 제대로 된 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이번 21대 국회 들어 접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에는 유독 노인행정 전담 기구를 신설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노인학대 예방 등 취약계층인 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도 이같은 법안들이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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