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최초, 최초….
봉준호(51) 감독 영화 ‘기생충’의 한국영화사 기록 경신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어 올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첫 후보에 올랐고, 결국 외국어영화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 다음 목표는 미국 오스카, 아카데미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등 각종 영화상뿐 아니라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상을 휩쓸었다는 점에서 골든글로브 수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 점쳐졌다.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제66회 호주 시드니영화제 최고상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돼 수상했다. 또 뉴욕·로스앤젤레스(LA)·시카고·애틀랜타·워싱턴·필라델피아 등 미국 비평가협회의 외국어영화상은 물론,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싹쓸이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과 각본상, 호주아카데미시상식(AACTA) 작품상 수상’이란 낭보를 알려 왔다.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괴물’(2006·1301만여명)에 이은 봉 감독의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지난해 1008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을 시작으로 해외 37개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의 흥행 수익은 1500억원이 넘는다. 6일 미국 박스 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모조에 따르면 이 영화의 흥행 수익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25개국에서만 1억2973만여달러(1520억여원)에 달한다. 한국(7377만여달러)에 이어 미국(2301만여달러)이 2위를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프랑스(1193만여달러), 독일(364만여달러) 등의 순이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는 99%를 기록했다.
영화 속에서 기택(송강호)네 둘째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이선균)네 딸 과외 교사 면접을 앞두고 박 사장네 현관문 앞에서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르는 노래는 이른바 ‘제시카 송’(Jessica’s jingle)으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생충’은 올해 1∼2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영국 등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7∼14일 미국 뉴욕의 종합예술센터인 링컨센터에서는 봉 감독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봉 감독의 추천작 7편을 상영하는 ‘봉 쇼’(The Bong Show)가 열린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기생충’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뿐 아니라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든글로브에서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여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했는데, 오스카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골든글로브는 오스카,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란 점에서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도 기대해 볼 만하다. 골든글로브상을 받으면서 오스카 수상 가능성이 커졌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칸 황금종려상에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탄 상황에서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제92회 오스카 시상식 최종 후보는 오는 13일 발표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