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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북한이 핵 협상에 주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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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3 23:28:04 수정 : 2019-10-03 2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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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先 핵포기·後 보상’ 폐기 불구 / ‘포괄적 합의’ 원칙은 포기 안 해 / 물밑 논의 난항·中 뒷배 역할에 / 北·美 실무회담 큰 기대 어려워

좌초 위기의 북핵 실무협상이 열리긴 열릴 모양이다. 지난 6월 북·미 정상이 판문점 번개회동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협상이 2∼3주 후에는 개최될 것이라 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7월 안에는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북한은 일련의 무력시위에 나서며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던 북한이 9월 초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입을 통해 협상 재개 의향을 밝혀왔다. 미국이 새 계산법을 내놔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이 협상의 걸림돌로 지목해 온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해임한 후 “볼턴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선(先)핵포기·후(後)보상’의 빅딜 폐기를 공식화한 셈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유엔 북한대표부 리기호 참사관의 입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결단’을 촉구해 왔다. 한·미 정상이 북한과 ‘관계 전환’을 확약하고, 그토록 비판했던 리비아 모델이라는 걸림돌이 제거됐는데도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첫째, 트럼프 행정부가 ‘선 핵포기·후 보상’의 빅딜은 공식 폐기했지만,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관한 포괄적 합의’의 빅딜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핵 협상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비핵화의 전 과정을 완료해야 제재 해제 및 체제보장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 공식적인 입장에 불과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전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발언을 통해 북핵 해결의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단계별 방식이 가능함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하지만 이행 이전에 비핵화와 체제 보장 범위에 먼저 합의하자는 입장이고, 이것이 미국이 원하는 빅딜의 실체였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전모를 먼저 밝혀야 하는 포괄적 합의, 즉 빅딜에 응할 의향이 없고 미국 역시 당장은 포괄적 합의 원칙은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둘째, 비핵화와 체제보장 범위에 대한 합의는 일단 미루더라도, 양측이 첫 단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조치에 대한 물밑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양국은 공식적 실무협상 재개가 어려운 상황에도 ‘뉴욕 채널’을 가동해 입장을 조율해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영변’ 내지는 ‘영변+스몰 알파’와 상당 부분의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영변+빅 알파’와 조기 제재해제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가 대화를 끌어낸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강변하며 체제보장을 요구해 왔지만, 제재 무용론을 언급하면 할수록 제재가 아킬레스건임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다시 ‘체제보장’보다는 ‘제재해제’가 속내임을 숨기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 조기 제재해제 불가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며 북한의 요구를 선뜻 들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중국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임하며 북한에 미국 요구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말고 당당히 협상에 임할 것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 그래도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중국에 북한 핵은 대미 레버리지(지렛대)로 매우 유용한 카드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되돌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을 지원 사격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설도 중국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며 또 도발을 감행했다. 하지만 탄핵조사 착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만 재개하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대선 정국에서 외교정책 성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무회담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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