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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소속감·소확행·워라밸… / X·Z세대 같은 사안, 다른 시각 / 전형적 ‘낀세대’ 소외감·좌절감 / ‘다양성의 공존’ 방안 모색해야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답이 없고, 30대는 돈이 없고, 40대는 집이 없고, 50대는 일이 없고, 60대는 낙이 없고…’ 인터넷 유머 ‘없다’의 한 대목이다. 10대든, 60대든 누구에게나 인생의 애환이 있음을 환기하는 동시에, 모두가 예외 없이 10대, 20대 신세대 시절을 거쳐 40대, 50대 기성세대가 돼 감을 재치있게 포착한 유머인 셈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지난 5년 사이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생, 일명 Z세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사고방식과 과감한 행동양식으로 무장한 이들 Z세대를 주제로 생생한 현장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음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GE, IBM에서부터 구글,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Z세대 인재를 적극 충원하고 이들의 경력개발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높은 이직률을 통제하고자 ‘Z세대 친화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대만의 고유한 특성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토대로 조직 안에서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모색하고 있음은 충분히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40대를 지나가고 있는 X세대(일반적으로 1968~79년생을 지칭)의 입장에서 남다른 소외감과 깊은 좌절감이 종종 표출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다.

농축적이고 압축적인 변화를 경험해온 한국에서는 누구라도 ‘낀세대’라는 느낌을 가질 개연성이 높다. 자신은 시어머니 모시며 나름 호된 시집살이 견뎌냈는데, 막상 며느리 볼 나이가 되자 시어머니 노릇 하기도 전에 며느리들이 사라져 버린 현실 앞에서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전형적 낀세대로서의 X세대가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90년대 학번인 X세대와 1990년대생 Z세대 사이에는 만만치 않은 세대 격차가 존재한다. 일례로 X세대가 장기근속 내지 평생고용에 대한 기대를 안고 직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면, Z세대는 ‘이직은 능력의 증거’라는 인식하에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그런 만큼 X세대는 직장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토대로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신념하에 적당한 수준의 희생과 헌신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 강한 개인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Z세대는 조직을 향한 충성심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통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신의 고용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데 일차적 관심이 있다. 나아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면서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장님 월급 받는 것만큼만 일하시라’는 후배의 조언에 크나큰 상처를 받았노라는 제자의 푸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도 세대 충돌이 두드러지는 이슈 중 하나이다. X세대만 하더라도 ‘일이 곧 삶이요 삶이 곧 일인’ 선배들을 롤 모델로 ‘일 우선 이데올로기’를 학습해 왔다. 반면 Z세대는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 삶을 양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덕분에 일과 삶 중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라 한다면 일보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 자신의 휴가나 여가를 희생하면서 회사일을 감당했던 X세대로서는 워라밸을 외치며 당당히 여가와 휴가를 즐기는 Z세대를 보면서 이질감을 느낄 것임이 분명하다.

세대 간 부딪침 속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왜 기성세대만 신세대를 이해해야 하는가’가 하나요, ‘그렇다면 신세대가 맞고 기성세대가 틀린 것인가’가 또 다른 하나다. 물론 신세대도 기성세대를 이해해야 마땅하리라는 것이요, 세대 이슈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는 것이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이다. 다만 기성세대를 경험해본 적 없는 신세대보다는 신세대를 지나온 기성세대가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이 다소 용이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요, 다름을 소모적 갈등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다양성의 공존으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모범답안일 것이다.

지금의 X세대는 생애주기상 어깨가 가장 무거운 단계를 지나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고용 불안정성의 위협을 느끼는 단계요, 가족 안에서는 자녀교육을 위한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압박이 고조되는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고용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더해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앞서 간 세대가 X세대를 위한 역할 모델이 돼 줄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X세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일례로 경제적 보상에 국한해온 직업관이나 수동적인 근로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긍정적 가치와 적극적 의미를 부여해 주는 활동으로서의 직업관을 새롭게 정립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지원이 필수임은 물론이다. 기업 차원에서 X세대를 성숙한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위해 퇴직 준비를 위한 위로차원의 프로그램 대신 근로능력 향상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직무 및 생산성 제고 중심의 교육훈련에서 탈피해 맞춤형 평생경력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선진국 사례를, 우리네 X세대를 위해 벤치마킹하길 기대해 본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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