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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자연에서 삶의 의지 고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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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6 21:40:42 수정 : 2019-07-26 21: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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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카푸친 수도사’는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바닷가에 수도사가 외로이 서있고, 그 앞으로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위협적인 자연 앞에서 수도사는 인간이 그저 작고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드리히는 거대하고 장엄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한계를 느끼지만 대자연의 무한함에 대한 동경과 외경심도 갖게 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예술적 숭고미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미술작품에서 자연이 드러내는 가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리가 화사하고 평온한 자연풍경을 보면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낄 때 그때의 가치는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친 파도에 휩싸인 망망대해나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산 앞에서도 만족감을 느낀다. 대자연을 처음 대할 때는 위협적이며 무시무시한 힘과 크기로 인해 공포의 감정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명감과 삶의 의지의 고양을 느낀다. 그럴 때 처음의 공포 감정이 찬탄과 경이로움과 감동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자연의 또 다른 가치가 숭고다.

카스파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카푸친 수도사’

낭만주의는 예술을 과학처럼 이성적 활동으로 만들려고 규칙을 강조한 고전주의에 반발했다.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한 방식의 차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예술에서 이성적 규칙보다 감정을 강조한 들라크루아 식 주정적 낭만주의였고, 다른 하나는 프리드리히 식이었다. 프리드리히 풍경화처럼 대자연의 세계를 통해 예술이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세계를 상징하고 암시한다는 주지적 낭만주의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휴가철이 되면서 많은 사람이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산과 바다로 향해 떠난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이다. 자연을 대하면서 치유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허한 시간을 가져 보자. 대자연의 숭고가 주는 진정한 가치는 우리 삶의 의지의 고양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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