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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면 술 생각부터… 혹시 나도 알코올 의존증?”

입력 : 2019-07-21 13:20:11 수정 : 2019-07-21 14: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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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까지 술 한 잔도 입에 못 댔던 2년차 직장인 김수진(30)씨는 최근 ‘홈술’하는 낙으로 살고 있다. 김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 매일 자잘한 스트레스가 쌓이더라. 퇴근 후 편의점에서 사 온 캔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습관이 됐다”며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받으면 자연스레 술이 당기더라. 예전엔 써서 못 마시던 소주도 주량이 한 병까지 늘고 요샌 술을 안 마시면 잠도 잘 안 온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번아웃’(탈진) 증상을 경험해봤을 만큼 현대인들과 스트레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서일까.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번 이상 술을 마신 비율은 2007년 57.3%에서 2017년 62.1%로 5%포인트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고위험음주율(한 번에 남자는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 마시는 비율이 주 2회 이상)도 12.5%에서 14.2%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13명이 술 탓에 사망할 만큼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지만 정작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인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음주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자가 진단만 해도 비교적 희망적인 상태”

 

2016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139만명으로 추정되며 성인 10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 알코올 의존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알코올 의존증 자가 진단.질병관리본부 제공

6년차 직장인 윤모(32)씨는 술을 마시고 소위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지난 한 달 중 세 번이나 경험했다. 윤씨는 “혹시나 싶어 알코올 의존증 자가 테스트를 했더니 무려 27점이 나왔다”며 “그래도 알코올 중독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생활하다 보면 다들 이 정도 술은 먹지 않나. 줄일 순 있어도 끊을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알코올 의존증’이 ‘알코올 중독’보다 심각성이 떨어진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콜중독치료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김태영 원장은 19일 “알코올 중독을 알코올 의존증이라 부르다 최근엔 알코올 사용장애라고도 표현한다”며 모두 표현의 차이일 뿐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자가 진단은 참고용도다. 실제 알코올 의존증 진단은 술을 마시는 양이나 빈도보단 자제력과 조절력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술을 안 마시면 불안, 불면증이 생기는 등 금단 증상을 경험하고 금주나 절주를 시도했는데 실패하거나 평소 술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스스로 진단을 해본다는 건 술 문제에 경각심이 있고 행동 변화에 대한 동기가 있다는 뜻인 만큼 문제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부정하는 환자에 비해 희망적”이라며 “자가 진단을 통해 점수가 높게 나왔다면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조기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평소 음주 후 문제 행동했다면 스트레스 관리에 더 신경써야”

 

전문가들은 술을 마실 때 공격적이 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 특히 금주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태영 원장. 김태영 다사랑중앙병원 원장. 다사랑중앙병원 제공

김 원장은 “음주 후 반복적으로 공격 성향이 나타나는 것은 평소 과도한 스트레스를 억누르고 살아왔다는 증거”라며 “이 때문에 술을 마셔 조금만 빗장이 느슨해지면 바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술이 이러한 부정적 감정 표현을 강화할 수도 있다”며 “술을 많이 마실수록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이 망가져 적은 양의 술에도 감정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악화하면 술을 안 마셔도 공격적 성향을 보이고 모든 감정 처리를 술로만 할 수 있는 상태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루 평균 13명 술 때문에 사망… “술도 담배처럼 위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조4524억원으로 흡연 7조1258억원, 비만 6조7965억원을 앞선다. 심지어 지난 7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4809명. 하루 평균 13명이 술 때문에 죽은 셈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하면 술은 1군 발암요인이며 하루 1~2잔 정도의 음주로도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간암, 대장암의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유럽국가연합(EU)과 우리 정부도 암 예방을 위해 금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 원장은 “술도 담배와 마찬가지다. 절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애초에 술을 끊을 생각이 없고 어떻게든 합리화해 마시려는 핑계를 찾는 것”이라며 “술을 끊어야 할 일들이 일어났고 주변에서 ‘술 좀 그만 마셔라’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것이 금주해야 할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알코올 의존증은 혼자만의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다. 전문의와 약물치료 및 상담 등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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