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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누구씨는 결혼 말고 꼭 혼자 살아" 미혼남녀 결혼, 기혼자가 가로막는다

입력 : 2018-10-06 13:00:00 수정 : 2018-10-06 17: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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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출생률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지금. 이러한 악순환을 부채질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싱글 남녀 주변의 기혼자들이 그렇다. 싱글들은 기혼자의 과장된 푸념을 들으면 있었던 생각마저 사라지게 된다고 고민한다.
■ “아내 허락 없이도 나만의 시간.. 부럽다”
A씨(35)는 지난 추석 회사 일을 핑계로 모처럼 연휴를 즐겼다.
독신인 그는 연휴 동안 먹을 음식과 간식거리를 챙기며 한가함을 달래줄 즐길 거리도 잊지 않았다.

난생처음 플라스틱 모델을 산 그는 연휴 기간 틈틈이 짬을 내 제품을 완성하고 소셜 미디어(SNS)에 기념사진을 올렸다.

그의 기념사진은 그 후 주변 유부남들에게 큰 파장을 불렀다.
사진을 본 지인들은 한가롭고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A씨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듯 “결혼해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싱글인 A씨가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 “추석에 전 부치지 않고 여행이라니.. 부럽다..”
직장인 여성 B씨(37)는 올해도 반복될 잔소리를 피해 추석 귀경 대신 해외여행을 택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한 그는 연휴 기간 일본을 여행하며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신상 가방을 구매하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SNS에 게재했다.

B씨의 사진 역시 유부녀 지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주변에서는 “여성에게 악몽과도 같은 추석을 피한 것으로도 모자라 해외여행 했다”며 B씨가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 미혼남녀 결혼, 기혼자가 가로막는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인구가 많다는 건 상대적으로 출생하는 아이가 적다는 말로, 실제 합계출산율은 0.97명에 그친다. 이는 가임기 여성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대로 가면 초고령사회인 이웃나라 일본을 훌쩍 뛰어넘어 50년 뒤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혼인율 감소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 30대 미혼율은 무려 39%나 된다.

미혼 남녀가 결혼을 피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시작으로 남성은 결혼하면 지게 될 책임이 벅차고, 여성은 미혼일 때와 달리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두려워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먼저 결혼한 이들의 배우자나 생활에 대한 푸념이 다소 과장된 형태로 미혼남녀에게 전해져 이들을 겁부터 먹게 한다.

A씨는 주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부럽다고 말하지만, 그들도 주말이나 휴일 취미나 여행을 즐긴다며 이번 추석 고향 집에 내려갔다면 그들과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한 이들은 적어도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라며 유부남들의 얘기만 들으면 결혼이 남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B씨도 결혼한 지인의 얘기를 들을 때면 결혼이 여성의 행복을 모두 빼앗아 가는 거처럼 느껴진다며 혼자 여행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더 즐거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글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지만 기혼자는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고 말했다.

■ 현실적 어려움, 무시할 수 없어도..
지금 청년들은 현재를 포기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각오해야 할 수 있는 게 결혼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30년 전과 비교해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는 9.4건에서 5.2건으로, 출생아 수도 62만명에서 35만명으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나아질 거 같지 않다는 점이다. 20대~30대의 55%는 '결혼 준비를 안한다'고 답했다.

살인적인 집값, 육아 부담, 불안한 고용이 청년들을 비혼으로 내몰지만, 결혼한 이들은 이러한 고민과 부담을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했다.

기혼자들은 먼저 경험한 인생 선배로서 과장된 푸념보다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대로 가다간 50년 뒤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온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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